"불교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네.지금 이 순간은 비교 대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현재'일 뿐이지….하지만 현실은 분명히 존재하네.절대주의와 허무주의를 거부하는 것이 중도의 가르침이야."

"내가 태어난 곳은 여기(세계지도에서 티베트 라싸를 가리키며)야.하지만 나는 1959년부터 홈리스 신세로 여기에서(인도 다람살라) 살고 있어.독립은 못해도 자치권을 보장해줘야 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스승인 달라이 라마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선라이즈 선셋'(13일 개봉)은 구도자와 사회운동가로서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러시아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 비탈리 만스키는 달라이 라마의 하루를 추적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2008년 어느 날,인도 다람살라의 숙소에서 오체투지와 러닝머신으로 하루를 시작한 그는 인근 사원으로 건너가 온갖 인종의 방문객들을 접견하고 대중법문을 한다. 법문은 한국어,중국어,영어,러시아어 등으로 동시통역된다.

제목 '선라이즈 선셋'은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를 담은 다큐 형식을 의미한다. "태양은 아침에 떴다가 져버리지만,떠 있는 동안 우리는 그 빛을 즐긴다"는 달라이 라마의 법문과도 중첩된다.

73분의 상영 시간 중 1부 50분은 다람살라,나머지는 인도 불가촉천민 거주지를 지나 중국을 거쳐 러시아까지 돌아오면서 차창 밖 풍경을 담은 2부로 구성됐다. "그의 주장은 별로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우리는 세상을 좀 더 관심있게 보게 됐다"는 내레이션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불교 신자라면 좀더 깊이 있는 법문이 소개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고,비신자라면 티베트 독립 운동가의 사상이 더 소개되지 않은 것에 서운해할 수도 있겠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