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홈즈·포와르…명탐정 '독심술'에서 마케팅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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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상대를 꿰뚫어보는 힘|샘 고슬링 지음|김선아 옮김|한국경제신문사|390쪽|1만6000원
상대를 꿰뚫어보는 기술을 흔히 독심술(讀心術)이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독심술'을 제왕지술(帝王之術)로 간주했다. 이는 사람을 보고 단박에 인재인지 여부를 알아보는 지인지감(知人之鑑)으로 해석한 결과다. 나관중이 《삼국연의》에서 '적벽대전'을 독심술의 대가인 조조와 제갈량의 대결로 그려놓은 것도 이런 전통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텍사스대 심리학 교수 샘 고슬링이 쓴 《스눕》은 '독심술'을 '지인지감'으로 해석한 21세기 버전에 해당한다. 원래 '스눕(snoop)'은 '기웃거리며 엿보다'의 뜻을 지닌 말이다. 여기에서 염탐을 뜻하는 '스누핑(snooping)',고용된 탐정 내지 스파이를 뜻하는 '스누퍼(snooper)'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저자는 '스눕'을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다'라는 새로운 뜻으로 새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공자가 '군주의 아들'이라는 뜻의 군자(君子)를 '지덕을 겸비한 지도자'로 새롭게 해석한 것에 비유할 만하다. '지인지감의 달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누핑'을 적극 권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외부로 투영 또는 은닉하는지를 세심히 추적해 왔다. 침실과 사무실,개인 블로그 등을 엿보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 그는 사소한 물건을 통해서도 능히 물건 주인의 성격과 내면의 심리상태를 파악해낼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가 범죄 프로파일러나 비즈니스의 마켓 리서치 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누퍼'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는 이유다.
성공적인 '스누퍼'가 되는 최상의 방안으로 소위 '벨기에식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전설적인 벨기에 탐정 에를큘 포와로의 '스누핑' 기법을 말한다. 셜록홈즈 및 뤼팽과 더불어 세계 3대 명탐정으로 손꼽히는 포와로는 소설 속에서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몇 개의 단서와 정황 증거만으로 사건을 명쾌히 풀어나가는 명탐정으로 등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통상 웹서핑을 하거나 아이튠에서 음악을 다운로드할 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리는 몇 가지 흔적을 남기는 까닭에 '스누퍼'의 날카로운 눈썰미를 피해갈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특성과 가치관,자아정체성 등을 남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가 알파벳의 첫 글자를 딴 이른바 'OCEAN'이라는 5가지 기준을 적용해 분류한 성격 유형이 구한말에 이제마가 제시한 '사상론(四象論)'과 사뭇 닮았다는 점이다. 느긋하고 긍정적인 유형은 태음(太陰),예민하고 감상적인 유형은 소양(少陽),냉철하고 이지적인 유형은 태양(太陽),신경질적이고 아량이 좁은 유형은 소음(少陰)에 비유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필승지계(必勝之計)로 제시하고 있다. '독심술'은 '지피지기'의 제1보에 해당한다. '독심술'을 '지인지감'의 관점에서 접근코자 하는 모든 CEO에게 일독을 적극 권하고 싶다.
신동준 · 21세기 정경연구소장
최근 텍사스대 심리학 교수 샘 고슬링이 쓴 《스눕》은 '독심술'을 '지인지감'으로 해석한 21세기 버전에 해당한다. 원래 '스눕(snoop)'은 '기웃거리며 엿보다'의 뜻을 지닌 말이다. 여기에서 염탐을 뜻하는 '스누핑(snooping)',고용된 탐정 내지 스파이를 뜻하는 '스누퍼(snooper)'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저자는 '스눕'을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다'라는 새로운 뜻으로 새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공자가 '군주의 아들'이라는 뜻의 군자(君子)를 '지덕을 겸비한 지도자'로 새롭게 해석한 것에 비유할 만하다. '지인지감의 달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누핑'을 적극 권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외부로 투영 또는 은닉하는지를 세심히 추적해 왔다. 침실과 사무실,개인 블로그 등을 엿보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 그는 사소한 물건을 통해서도 능히 물건 주인의 성격과 내면의 심리상태를 파악해낼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가 범죄 프로파일러나 비즈니스의 마켓 리서치 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누퍼'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는 이유다.
성공적인 '스누퍼'가 되는 최상의 방안으로 소위 '벨기에식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전설적인 벨기에 탐정 에를큘 포와로의 '스누핑' 기법을 말한다. 셜록홈즈 및 뤼팽과 더불어 세계 3대 명탐정으로 손꼽히는 포와로는 소설 속에서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몇 개의 단서와 정황 증거만으로 사건을 명쾌히 풀어나가는 명탐정으로 등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통상 웹서핑을 하거나 아이튠에서 음악을 다운로드할 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리는 몇 가지 흔적을 남기는 까닭에 '스누퍼'의 날카로운 눈썰미를 피해갈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특성과 가치관,자아정체성 등을 남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가 알파벳의 첫 글자를 딴 이른바 'OCEAN'이라는 5가지 기준을 적용해 분류한 성격 유형이 구한말에 이제마가 제시한 '사상론(四象論)'과 사뭇 닮았다는 점이다. 느긋하고 긍정적인 유형은 태음(太陰),예민하고 감상적인 유형은 소양(少陽),냉철하고 이지적인 유형은 태양(太陽),신경질적이고 아량이 좁은 유형은 소음(少陰)에 비유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필승지계(必勝之計)로 제시하고 있다. '독심술'은 '지피지기'의 제1보에 해당한다. '독심술'을 '지인지감'의 관점에서 접근코자 하는 모든 CEO에게 일독을 적극 권하고 싶다.
신동준 · 21세기 정경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