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국내 금융시장을 이틀째 강타하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재정위기 우려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유로존 전체로 급속히 번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 지수가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고, 국내증시와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장 시작과 동시에 3%이상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1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1.47포인트(3.06%)내린 1633.04를 기록 중이다. 이틀째 외국인이 순매도 강도를 강화해 나가면서 장중 한때 1625.83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 중 22조원이 증발해 967조대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 역시 500선이 붕괴된 채 출발해 장중 4%에 가까운 폭락세를 보이며 489.13까지 내려 앉았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코스피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폭등하고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펀드는 폭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팔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20원 이상 급등하며 116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채권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발 위기로 외국인이 국채 선물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채권 가격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15분 현재 국채 선물은 16틱 오른 110.85을 기록하고 있다. 국채 선물은 이날 7틱 내린 110.94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을 확대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독일의 그리스 지원법안 통과 여부가 단기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유로존 위기가 세계경제의 펀더멘털까지 훼손할 정도는 아닌 만큼 코스피지수 1600선대에서 조정을 거친 후 재반전의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그리스 지원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독일의 그리스 지원법안이 부결될 경우 이는 유로존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그리스 지원법안 표결 결과가 국내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다음주 초 정도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증시가 날카롭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금융기관까지 전염되고 있는데도 유로존이 과거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같이 일사분란하게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없다는 우려가 강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투자자들은 이렇게 위험에 대해 극단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미리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이는 코스피지수 1600선대 탈출에 시간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코스피 1600선대에서 유럽 리스크를 주가에 반영시키면서 새로운 국면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예
상된다"면서 "글로벌 출구전략 지연과 함께 재차 유럽위험이 완화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한국증시는 유동성 랠리를 재발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주식과 대체 관계에 있는 은행 예금과 부동산 등 경쟁자산의 기대수익률이 현저하게 하락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유럽위험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1600선대에서 조정을 받을 때가 주식 중심의 자산배분 전략을 구축하기가 좋은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