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 홈페이지에 '주부 골퍼' 한희원(32 · 휠라코리아)의 동향이 소개됐다. 홈페이지는 한희원이 올 들어 세 살배기 아들 대일(Dale),야구선수 출신의 남편 손혁과 함께 투어에 다닌다고 공개했다. 한희원이 정규튜어 대회와 연습라운드 때 아들 대일은 스머커스LPGA보육센터에서 또래 친구를 사귀는 것.

한희원은 "하루의 피로도 아들 얼굴만 보면 모두 가신다"며 "가족이 투어를 함께 다녀 전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미LPGA투어에서는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주부 골퍼'들이 많다. 한희원뿐 아니라 줄리 잉스터,재니스 무디,로라 디아즈,리타 린들리,팻 허스트(이상 미국),카트리나 매튜(영국),마리아 요르트(스웨덴) 등 20여명이 필드에서도,가정에서도 똑 부러지는 '엄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매튜는 지난해 5월 둘째아이를 출산한 뒤 2개월여 만에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부 골퍼가 손꼽을 정도인 KLPGA투어와 대조적이다.

미LPGA투어 대회에서는 골프장 내에 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대회장 인근의 탁아시설을 활용해 '엄마 골퍼'의 부담을 덜어준다. 미LPGA 투어 소속 보모가 아이들을 돌본다. 선수들은 대회 중 아침에 탁아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라운드가 끝난 뒤 아이와 함께 숙소로 돌아간다. 무디는 "세 살 아들(크레이그)과 함께 투어를 다니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며 '투어맘'의 즐거움을 미LPGA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미LPGA투어 소속 김미현(33 · KT)과 박희정(30)은 지난해 출산했으나 아직 아이를 대회장에 데려가지 않는다. 대신 올랜도와 라스베이거스 집에서 친정어머니가 봐준다. 김미현은 지난해 11월 아들을 출산한 뒤 산후조리가 끝나자마자 지난 3월 KIA클래식(공동 28위)과 지난달 나비스코챔피언십(공동 56위)에 출전했다.

물론 자녀를 위해 투어 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자선사업에 집중하고 세 명의 의붓자식을 돌보는 주부로 돌아가기 위해 미LPGA투어에서 은퇴했다. 새색시 오초아는 아기를 낳고 싶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딸을 출산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골프 여제'보다 평범한 주부의 삶을 더 즐기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주부 골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서예선(39 · 하이마트)과 조윤희(29)가 정규투어에서 뛰는 주부 선수다. 이 중 서예선만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해 정규투어에서 뛰었던 이주은(33)도 연초 출산했으나 올해는 시드권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20대 초 · 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주력이다 보니 주부 선수들이 설 여지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미국LPGA투어처럼 결혼 후 아이를 낳고서도 투어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