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의 윤모씨는 지난해 한 시중은행의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는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 구직활동에 따른 스트레스로 술자리가 잦고 과식에 빠져 비만에 이른 게 화근이었다. 업무 관련 지식이나 자격증,인간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했기에 최종면접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면접관들로부터 자기관리를 못해 살이 찐 게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결국 최종합격자 명단에서 빠졌다. 회사를 다니며 천천히 살을 빼겠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윤씨는 요즘 비만클리닉에 다니며 체계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적잖은 나이에서 오는 조급함과 실패에 따른 상실감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예비직장인들의 심리적인 고통이 크다. 이 때문에 비만 소화불량 속쓰림 가슴답답함 목이물감 불면증 생리불순 두통 탈모증 여드름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이 취업준비생에게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불안 우울 초조감에 시달리다가 술이나 담배,인터넷중독(게임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면접을 앞두고 외모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외모 콤플렉스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처럼 스트레스에서 오는 건강 적신호를 청신호로 바꾸려면 생활패턴을 바꾸는 등 나름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취업준비생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고쳐야 한다. 하루 40분 남짓 가볍게 운동하고 낮에는 햇빛을 쐬며 산책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나 여가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어야 한다. 공연히 마음이 불안 · 초조 · 우울할 때에는 운동과 취미생활로 삶에 활력을 주는 게 최고의 방책이다.



취업 낙방으로 인한 자신감과 의욕의 상실,소외감,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분노와 외로움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를 찾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어쨌든 실업상태는 청년에게 성취할 목표가 없다는 좌절감을 준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부족만 탓하다간 패배의식만 깊어질 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구조적 불경기만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또 생활패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박중철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취업생의 스트레스성 질환은 구직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약 처방만으로 쉽게 낫지 않는다"며 "스트레스가 오래 가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고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초기에 스트레스를 다스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취업준비생에겐 수면장애도 큰 문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수면역학센터 홍승철 교수는 최근 25~34세의 9.7%가 '수면유지장애'를 겪고 있다는 조사자료를 내놨다. 스트레스 때문에 숙면을 못하고 자다가 깨는 경우가 많다는 것.수면유지장애는 잠들기 힘든 '입면장애'보다 피로 우울감 집중력저하 기억력저하 등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새벽 4시까지 공부,인터넷,TV시청을 하다가 정오를 넘겨 일어나는 '수면지연증후군'도 취업준비생에게는 흔하다. 이러한 수면장애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잠자리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운동은 잠자리 들기 3시간 전에 마치는 생활수칙이 필요하다. 잠자기 직전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먹거나,기름진 음식으로 소화에 부담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심한 경우 수면유도시간이 빠르고 약효가 짧게 나타나는 초단시간형 수면제를 복용해 숙면을 유도하거나,아침에 깨자마자 1만룩스의 밝은 빛을 30분간 쏘여 입면시간을 점차 앞당기는 치료를 시도해본다.

여성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리불순,여드름,탈모 등이 심하게 나타난다. 생리불순은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흔하고,심하면 수개월간 생리가 중단되기도 한다. 보통 약물치료를 하지만 심각하면 수술이 필요하므로 평소 생리량을 측정하고 이상이 있으면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주로 생기는 성인형 여드름도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피지가 과다하게 분비됐기 때문이다. 전용 클렌저로 꼼꼼히 세안하고 각질 제거제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묵은 각질과 모공속 노폐물을 제거해주면 좋아진다. 성인형 여드름은 항생제보다 이소트레티노인과 같은 레티놀 제제가 더 효과적이다. 면접을 앞두고 큰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생겼다면 임시방편으로 염증완화주사를 맞아 진정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가 오래 가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점차 빠지는 모발수가 늘어나며 뒷목이 뻐근하거나 어깨 쪽이 뭉치는 등의 전조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적절한 영양섭취와 휴식,약물치료가 해법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