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폭등세를 보이며 1150원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1원(1.24%) 급등한 1155.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155원 위에서 마감된 것은 지난 2월26일 종가 기준으로 1160원을 기록한 이후 10주 만에 처음이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밤사이 금융시장은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더욱 강해졌다. 뉴욕증시는 3% 이상 떨어졌고, 미국 달러화는 1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 가격도 뒷걸음질쳤다.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1개월물 원달러는 1150원대로 급등, 이날 환율의 상승 출발을 예고했다. 뉴욕증시의 급락 여파로 국내 주가지수는 3%가량의 하락세로 출발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주식 자금을 매도하며 초반부터 환율을 위로 떠받치는 모습이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7원 높은 1166원으로 갭업(큰 폭의 상승) 출발한 뒤 곧바로 1153원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역외세력들의 숏커버(팔았던 달러를 되사는 것)가 빠르게 유입되며 오전 9시22분 1169.5원으로 '껑충' 뛰었다. 환율이 1169원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 2월9일(1172.7원) 이후 3개월 만이다.

과도한 상승세는 수출업체의 네고물량과 외환당국의 '관리성 발언'이 나오면서 한풀 꺾였다.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해 환율을 1160원대 중반으로 끌어내렸다.

이날 G7 재무장관들이 컨퍼런스콜을 열고 그리스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 폭등세는 한층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이 발표에 유로화의 급락세에 제동이 걸리며 유로달러 환율은 1.27달러 위로 반등에 나섰으며, 환율은 1150원대 후반까지 오름폭을 줄였다.

오후 들어서 환율은 장 초반의 패닉 양상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역외가 매도세로 전환하고 수출업체들이 추격 매도에 나서자 환율은 오후 1시경 1146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폭을 급작스럽게 너무 줄인 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나오면서 환율은 1150원대 중반에서 마무리 됐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오늘은 변동성이 굉장히 큰 장세였다"며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안정을 도모하는 언급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런 언급이 없어서 외환시장이 '실망의 패닉상태'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21p 급락한 1647.50을, 코스닥지수는 9.52p 하락한 499.71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244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환율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외국인 매매 집계를 공식화한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다.

이에 대해 이 딜러는 "주말에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재정위기에 대한 안정화 방안이 나오면 순매도세는 진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일각에서는 매도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세를 촉발시켜 환율 급등을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장참가자는 "그리스 등 남유럽 문제가 단기 이슈가 아니라는 판단에 외국인들이 주식 자금을 다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브프라임처럼 번져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이번 주를 넘겨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너무 패닉이다"라고 전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장 마감 무렵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장보다 크게 회복된 1.2694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92.30엔을 나타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