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휘청'] '억지로 꿰맞춘 유로'가 재정위기 불러…재발 가능성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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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유럽위기 보고서…모든 회원국에 단일 환율
경쟁력 차이 더욱 커져…제각각 재정정책도 한 몫
경쟁력 차이 더욱 커져…제각각 재정정책도 한 몫
한국은행은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이 출범 당시부터 모순을 안고 있어 그리스 사태와 같은 유럽지역 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7일 '그리스 사태로 드러난 EMU 체제의 문제점'이란 보고서에서 유럽 경제가 단일 화폐(유로화)를 쓰게 되면서 다섯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은 우선 같은 환율을 적용받으면서 역내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구조적 문제점으로 꼽혔다. 회원국 사이에 경쟁력이 차이가 나는데도 공동 통화를 사용하려고 같은 환율을 적용하다 보니 환율이 위기를 경고하는 '조기 경보' 기능을 할 수가 없게 됐다는 것.물가 수준과 대외 경쟁력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을 따져 보면 산업 경쟁력이 낮은 회원국은 고평가돼 있고,경쟁력이 높은 회원국은 저평가돼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개국의 상품수지는 2008년 한 해 동안 독일을 상대로 4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봤다.
실물과 금융 부문의 지나친 '자급 자족형' 구조가 위기의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를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역내 상품 교역량이 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EMU 출범 당시 28%에서 10년 만에 33%로 높아졌다.
같은 통화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제각각 운용하도록 한 것도 거시경제의 불안을 가속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유로지역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각 회원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결정하다 보니 금리와 재정이 엇박자를 내기 쉽다. 즉 국내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ECB가 정책금리를 높이면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재정이 부실한 회원국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조세 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정치적 고려 △회원국이 부도에 직면했을 때 써야 할 비상 대책의 부재 등이 문제를 키웠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은 대외 불균형이 심해도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며 "단일 환율 적용이나 재정 통합이 배제된 화폐 통합 등은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 그리스 사태가 수습돼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한은은 7일 '그리스 사태로 드러난 EMU 체제의 문제점'이란 보고서에서 유럽 경제가 단일 화폐(유로화)를 쓰게 되면서 다섯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은 우선 같은 환율을 적용받으면서 역내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구조적 문제점으로 꼽혔다. 회원국 사이에 경쟁력이 차이가 나는데도 공동 통화를 사용하려고 같은 환율을 적용하다 보니 환율이 위기를 경고하는 '조기 경보' 기능을 할 수가 없게 됐다는 것.물가 수준과 대외 경쟁력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을 따져 보면 산업 경쟁력이 낮은 회원국은 고평가돼 있고,경쟁력이 높은 회원국은 저평가돼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개국의 상품수지는 2008년 한 해 동안 독일을 상대로 4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봤다.
실물과 금융 부문의 지나친 '자급 자족형' 구조가 위기의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를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역내 상품 교역량이 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EMU 출범 당시 28%에서 10년 만에 33%로 높아졌다.
같은 통화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제각각 운용하도록 한 것도 거시경제의 불안을 가속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유로지역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각 회원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결정하다 보니 금리와 재정이 엇박자를 내기 쉽다. 즉 국내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ECB가 정책금리를 높이면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재정이 부실한 회원국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조세 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정치적 고려 △회원국이 부도에 직면했을 때 써야 할 비상 대책의 부재 등이 문제를 키웠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은 대외 불균형이 심해도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며 "단일 환율 적용이나 재정 통합이 배제된 화폐 통합 등은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 그리스 사태가 수습돼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