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급락장 구원투수'…1600선 버팀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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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3000억 순매수…낙폭 줄이며 안전판 역할
삼성전자·현대車 등 매입…"추가매수 여력 13조"
삼성전자·현대車 등 매입…"추가매수 여력 13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수 하락 흐름 자체를 돌려놓진 못했지만 낙폭을 크게 줄이며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7일 37.21포인트(2.21%) 하락한 1647.50에 마감,우울한 금요일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날 새벽 장이 끝난 미국 다우지수(-3.20%)보다는 덜 빠진 것으로 장 초반 저점(1625)에서 20포인트 이상 올라왔다. 연기금 1564억원을 포함해 기관이 외국인 물량을 어느 정도 소화해 준 덕분이었다.
올해 초 주식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힌 연기금들은 최근 급락을 주식 비중 확대 기회로 삼고 있는 양상이다. 한 연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기 때문에 당분간 자금을 추가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이틀간 3000억원 순매수
연기금은 코스피지수 1700선 아래에서는 투자매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6일 3개월 만의 최대 규모인 145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은 그보다 많은 156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직접 운용 자금으로 주식을 사는 것뿐 아니라 자산운용사나 자문사에 운용을 맡기는 자금도 집행했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6~7일 주식 위탁운용사 11곳에 2200억원가량의 운용자금을 배분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틀간 운용사당 200억원 정도 운용자금을 위탁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기금도 이날 운용사에 1000억원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위탁 운용사들은 운용 성과의 기준이 되는 시장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 대부분 자금을 받은 후 5일 이내에 주식을 채우는 편이다.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6~7일 100억원대를 샀으며 지금 지수대라면 앞으로도 계속 분할 매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조만간 운용사에 맡기는 위탁운용 자금도 집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기금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로 크게 밀려나자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주가가 빠지자 투자 기회를 노리던 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며 "증시 조정이 신규 자금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덕에 투신(자산운용사)은 이날 250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기관 전체적으로 5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작년 3월12일(8992억원) 이후 14개월 만의 최대였다.
◆국민 · 사학연금 매수여력 충분
연기금은 아직 매수 여력이 있다. 우선 국민연금은 12조8000억원가량을 더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수민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1분기 말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 자산 내 국내 주식 비중은 13%로,목표치(16.6%)에 비해 3.6%포인트 정도 여유가 있다"며 "1650대 주가 수준에서 12조8000억원 정도를 추가 매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 큰 사학연금 역시 올해 주식 비중을 작년 말 17.6%에서 23.1%로 확대하기로 한 상태여서 작년 말 운용자산(7조4700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4000억원 정도를 더 살 수 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이틀간 수백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며 "빠질 때마다 조금씩 사들어가서 적립식 방식으로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사들인 종목 관심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이틀간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은 40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현대차(254억원) LG디스플레이(208억원) 현대모비스(186억원) 하이닉스(133억원) 신한지주(121억원) 등도 대거 사들였다. 조정을 이용,정보기술(IT) 자동차 비중을 늘리는 기회로 삼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조정기에 연기금의 수급 지원을 받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여기에 '팔자'로 돌변한 외국인까지 사고 있는 종목이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는 얘기다.
SK증권에 따르면 최근 8개월 사이 국내 증시가 두 차례 조정을 받는 동안 연기금과 외국인이 순매수(100억원 이상)한 종목은 48개로,이 중 39개가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올렸다. 5개 중 4개가량이 시장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는 의미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위원은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연기금과 외국인이 매입한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서보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