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7일 "경제가 회복될 시기이므로 금융 정상화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은행도 기업 구조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과 시중 · 지방은행장,금융협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비 오는 날 우산을 뺏을 수 없었지만 이제 햇살이 조금 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취해진 대출 만기연장과 보증확대 등 지원대책을 원상회복시키는 한편 부실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더 견고한 기업 구조조정이 한국 경제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여러분이 협조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난 1년간 금융인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줘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다"며 "완전히 회복했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지표상으로 볼 때 회복돼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금융회사들이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달라는 원론적 당부와 함께 건전성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은행권 주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체질 개선에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 오는 날에 우산을 뺏을 수 없다"며 기업 지원을 독려해 온 그동안의 언급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것이어서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보다 강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아직 우리나라 금융이 취약한 상태임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고 언급,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서 미국 월가 등의 전문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면서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 금융회사들도 많은 인재를 키워나가는 동시에 필요한 해외전문인력 스카우트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주제발표에서 "금융권 스스로 기업가정신을 갖고 차별화 및 특화된 발전전략을 마련,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토대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해외 전문인력을 과감히 영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1시간40여분 동안 이어진 간담회에는 라응찬 신한,이팔성 우리,김승유 하나 등 4대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9개 시중 및 지방은행장,신동규 은행연합회장 등 7개 금융협회장이 참석했다.

홍영식/이심기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