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경선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벌써 3번째다.7일 치뤄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 의원은 총 82표 가운데 16표로 박지원,강봉균 의원의 뒤를 이은 3위에 그쳤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위까지 기회가 주어지는 결선행마저 좌절됐다. 전날까지 “이번에 3수째인데 동정표라도 나오지 않겠느냐”며 가졌던 기대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2위에 올라 결선이라도 갔으면 체면이 덜 깍였을텐데..."라며 안쓰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의 패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먼저 ‘맨투맨’ 밀착마크로 상대후보마저 혀를 내두르게하는 박지원 의원이라는 막강 경쟁자를 꼽을 수 있다. 이미 다른 후보 지지를 표명한 의원에게는 통상 전화를 않거나 찾아가지 않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박 의원은 ‘아직도 마음에 변화가 없느냐’며 수시로 전화를 돌릴 정도의 끈기를 과시했다.

정치적 신의관계로 일찌감치 김 의원 지지선언을 했던 한 재선의원은 “ 공천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는데 타 후보 가운데 박지원 의원 한사람만 전화하더라. 기대는 안했지만 내심 다른 출마자들에게 섭섭하더라”고 토로했다.

박 의원은 뒤늦게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지난해는 해외에서 귀국하는 동표의원의 표심을 잡기위해 새벽 4시에 인천공항으로 달려가는 초인적 포섭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라면 아무리 원내대표가 되고 싶어도 그 정도는 못하겠더라”며 혀를 내두르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의원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마케팅’부수효과까지 낳아 이번에도 표심을 잡는데 적지않는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독한 상대’를 만난 대진운의 영향도 컸지만 가장 큰 패인은 아직까지 민주당내 이질감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의원은 경북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전형적 'TK(대구경북)’맨이다. 합리적 의회주의자라는 그의 상품성에 비해 민주당내에서는 영남 출신에다 한때 한나라당으로 옮겼던 이적경력이 당내 경쟁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는 꼬리표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으로 2번씩이나 제적당해 졸업에 11년이 걸릴 정도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한 시대를 고민했음에도 현실정치에서는 거꾸로 ‘야성’(野性)과 선명성 부족에 대해 지적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삼수까지 해가며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 의원도 사실 이때문에 마음 고생이 적지않았다고 한다.

“고향이 경북이고 고등학교도 그쪽에서 나와 의원 목욕탕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동표의원 상당수가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이다. 요즘 여야 의원들은 목욕탕에서 봐도 서로 인사만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데 후배들 눈에는 내가 이상하게도 보일법도 하겠더라. 그래서 이번 운동기간에는 민주당 의원 60여명 이상을 만나 속깊은 얘기를 나눴다.”

원내대표 정견발표때마다 “민주당이 특정 지역에 고립돼선 안된다. 덧셈의 정치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기존의 기득권을 넘어서기는 이번에도 역부족이었다. 한 의원은 “정치에 대한 인식이나 평소의 합리적인 주장,의정활동,사람을 대하는 겸손한 자세 등 어느모로 보나 원내대표를 못할 이유가 없는 분이다. 하지만 당내 선거때마다 묘한 보이지 않는 벽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치인이 선거에 졌다고 유권자를 탓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하다.부족한 2%를 채워 또 다시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의회주의자로서의 구상을 펼치는데 이 정도 우회하는 일은 다반사다. 협소한 의원회관 사무실내 의원 전용 공간마저 보좌관의 업무공간으로 내줄 정도로 탈권위적인 그의 성품이 빛을 발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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