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의 한의학자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의학(四象醫學)은 사람의 체질을 심성과 외모에 따라 태양 · 태음 · 소양 · 소음인 네 가지로 나누고 각 체질에 따라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투자에 임하는 투자자의 심리 감정 특성에 따라 궁합이 맞는 금융상품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따라 어울리는 투자유형과 그 유형에 알맞은 금융상품들을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태양인'고가매수,저가매도'실수 우려


태양인(太陽人)은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감정을 쉽게 밖으로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감정을 쉽게 표출시키고,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투자자야말로 '고가 매수,저가 매도'의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중적인 투자심리가 스스로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궁극적인 성과가 좋을 리 만무하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투자자에게 딱 어울리는 금융상품이 바로 적은 돈이라도 나누어서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 밥을 급히 먹으면 체하게 마련이듯 감정 변화가 심한 투자자가 한번에 목돈을 투자하면 뒤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무모한 투자에 나서더라도 한번에 큰 돈을 집어 넣지 않으니,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고 대체로 몇 년에 걸쳐 투자하므로 섣부른 매도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적다. 적립식 펀드야말로 성격이 급한 태양인들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최선의 금융상품일 것이다.

◆태음인,검증된 자산배분 모델 활용을


태음인(太陰人)은 일견 보기에는 몸집이 크고 낙천적으로 보이나 겁이 많고 변화를 싫어하는 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가장 많은 형태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가계 자산 운용은 은행의 확정금리형 상품과 부동산 위주에서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과감하게 새로운 추세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는 이런 종류의 투자자들은 좌정관천(坐井觀天),즉 우물 안에 앉아서 큰 하늘을 바라보려 하는 과오를 범하기 쉬울 것이다.

그간 자신이 투자해 온 영역 외에 다른 투자대안을 좀처럼 찾지 않는 이유는 그런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투자 대상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지라도 어떻게 투자 비중을 가져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소심한 투자자가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가장 권할 만한 금융상품은 국내외 채권,주식,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특히 시장에 대한 전망보다는 검증된 자산 배분 모델을 활용해 자산별 투자 비중을 정하는 펀드가 태음인 투자자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소양인,명확한 운용'스타일 펀드'


소양인(少陽人)은 결단력과 재치가 있으나,덜렁대는 성격으로 실수를 많이 한다고 한다. 투자에 있어 확실한 결단력과 그때 그때 시장에 대응하는 재치는 투자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막상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저질러 버린다면 그야말로 각골통한(刻骨痛恨),즉 뼈에 사무치는 아픔밖에는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시장의 흐름 추세를 미리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목 선택의 실수로,혹은 자산 배분 비중 실수로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했다면 얼마나 통탄할 일이겠는가.

이런 투자자라면 명확한 운용 원칙을 보유한 '스타일펀드'가 유리할 것이다. 시장의 장기 추세를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구체적인 자산 운용에 대해서까지 고민할 이유는 없을 것이고,괜히 단기적인 투자심리에 휩쓸려 매매하다가는 수백%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단 10~20%의 수익률을 실현하고 매도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도 높다.

국내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최근 유행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 투자하는 전략도 생각해볼 만하다. 랩어카운트는 펀드와 달리 20여개 핵심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금융상품으로 시장의 추세를 읽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소양인들에게 적합한 투자상품일 것이다.

◆소음인,직접투자가 적합


소음인(少陰人)은 매사에 꼼꼼하고 착실하며 계산에 빠르나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의 투자자는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고 쉽게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투자자라면 차라리 간접투자보다는 직접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는 직접투자가 더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의 계산과 책임으로 투자할 의사가 있다면 철저한 분산 투자보다는 적당한 기교를 활용한 직접투자가 어울릴 수 있다. 투자 대상 종목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이해하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방법도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초과 수익을 올린 근본도 철저하게 잘 아는 종목을 장기투자한 데 있다는 점도 기억하자.의외로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은 쉽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이 하락할 때는 극도로 보수적이 되지만,시장이 상승할 때는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 '투자성향'이다. 투자성향이라는 단어를 좀 더 폭넓게 해석해 감정을 표출하고 다스리는 형태에 따라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방법도 하나의 투자전략이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