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이탈리아 정부가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올해 제63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출품된 영화 ‘드라퀼라’가 이탈리아인들을 모욕하고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AFP통신은 8일 산드로 본디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드라퀼라’는 진실을 왜곡한 선동영화”라며 “이탈리아 정부는 출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칸영화제 주최측의 초청장을 거절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드라퀼라는 드라큘라와 이탈리아의 지명인 아퀼라의 합성어로 이탈리아 감독인 사비나 구찬티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이 영화는 지난해 4월 아퀼라를 강타한 지진 발생 후 진행된 복구작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구찬티 감독은 “지진복구작업이 이탈리아 정치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권위주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퀼라 지진으로 약 12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5만여명의 주민들이 살 공간을 얻지 못할 정도로 복구작업은 지지부진하다.새로 지어진 집은 기존에 복구계획 때 정해진 가격보다 세 배나 올랐고 공공건물,도로 등의 인프라는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여기엔 일부 정치인들이 지진 피해 지역에 투기를 했다는 스캔들도 연루돼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보이콧 선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이탈리아 영화 ‘La Nostra Vita’ 감독인 다니엘레 루체티는 “이탈리아 정부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탈리아 좌파성향의 야당의원인 루이지 드 마지스트리도 “문화부 장관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충실한 충복 역할이나 잘하라”고 일침을 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