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돈이 생긴 직장인 민병규씨(33)는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고민에 빠졌다. 창구 직원이 이름도 복잡하고 알아듣기 힘든 다양한 펀드들을 줄줄이 설명했기 때문.1시간이 넘도록 설명을 들었지만 어떤 기준으로 펀드를 골라야 할지 막막했던 민씨는 펀드 투자를 포기하고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민씨는 "그동안 은행 예 · 적금만 이용하다가 장기 투자수익률이 좋다는 얘기에 모처럼 펀드 투자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떤 펀드가 좋은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민씨와 같이 펀드 가입을 위해 판매사를 방문했다가 펀드의 종류가 너무 많아 '선택'의 어려움에 빠진다. 공모 펀드만 4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펀드들이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전문가들은 이러한 투자자들에게 펀드 선택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가치주'와 '성장주' 펀드 중 어느 쪽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지를 우선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성장주는 미래,가치주는 현재를 중시


성장주 펀드는 말 글대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기업의 내재가치보다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종목 위주로 투자해 주식시장 상승기에 상승 탄력이 뛰어나다. 보통 '뛰는 말에 올라타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증시 격언에 부합하는 펀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가치주 펀드는 주가가 본래의 적정 가격보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낮다고 평가받는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배당률,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주요 지표로 평가한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본부장은 "성장주 펀드가 기업 가치보다는 주가 상승 추세 여부를 판단한 뒤 오르는 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라면 가치주 펀드는 적정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여 적정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보유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성장주는 공격적,가치주는 안정적 투자자에게 적합



성장주 펀드는 강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보고 투자하므로 일정 부분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현재의 정량적 지표로 표현할 수 없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이므로 펀드 운용의 전략적 판단 및 시장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치주는 성장주에 비해 변동폭이 크지 않아 다소 방어적인 투자자들에게 어울린다. 가치주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수익 성장성보다는 제조업,음식료 산업과 같이 안정적 산업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성장 가능성보다는 현재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익,배당,자산 현황의 객관적 지표를 참고해 투자하므로 보다 설득력 있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투자전략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치주는 방어율이 성장주보다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치주에 포함되는 종목이 주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시장 선도주보다는 개별주가 많아 주식시장이 대형주 혹은 테마주 위주로 상승할 때는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이수진 연구원은 "성장주 펀드는 업황이나 해당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시장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펀드인 반면,가치주는 시장흐름보다는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펀드다 보니 상승장에서는 성장주,하락장에서는 가치주 펀드가 수익률이 좋다"며 "공격적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는 성장주에,위험을 싫어하는 투자자는 가치주 펀드에 투자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펀드 스타일에 충실한 운용사 골라야


국내 대부분 성장주 펀드는 대기업이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투자하는 대형 성장 펀드다.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대형 성장 펀드가 적합하다. 하지만 좀 더 미래 성장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초과 수익을 원한다면 중소형 성장 펀드가 적합하다. 또 해당 운용사의 펀드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운용돼 온 펀드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 본부장은 "가치주 또는 성장주의 분류는 결국 해당 기업의 주가 및 시장 상황에 의해 결정되며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어떤 종목을 편입한 펀드냐를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성장주 펀드를 투자전략으로 내세우는 펀드가 기준에 부합하는 투자원칙과 전략을 장기적으로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택 요건"이라고 말했다.

가치주 펀드는 최소 1년 이상의 장기 성과를 점검한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므로 기업이 적정가치를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대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마케팅 본부장은 "단기수익률(6개월 미만)보다는 장기수익률(최소 1년 이상)을 우선 점검해 장기수익률이 주식시장 대비 꾸준히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가치 투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장기간 성과를 내온 운용사의 대표 펀드를 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표 펀드는 어떤 게 있나


국내 성장형 펀드 중에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정통적립식1A'가 최근 3년 수익률 38.45%(7일 기준)로 1위에 올랐다. 'KB스타업종대표주적립식1'이 29.03%의 수익률로 2위를 차지했으며 성장주 펀드의 대표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디스커버리'(28.78%),'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K-1'(27.99%) 등도 좋은 성적을 냈다.

가치주 펀드에서는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 3년 수익률이 38.11%로 가장 좋은 성과를 올렸다. '탑스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1'(34.58%)과 '트루밸류'(34.09%)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1'(33.10%)과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A1'(33.10%)도 30%가 넘는 수익률로 이름 값을 했다.

박민제/서정환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