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골판지 업종에서 촉발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9일 각 조합에 따르면 단조조합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갖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발주업체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납품 거부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강 등 원료 가격이 최근 1년 사이에 15~20%가량 인상됐지만 제품 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음료,통조림,부탄가스 등의 캔을 만드는 제관 업체들도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제관조합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제관업체들은 캔의 주 재료인 석도강판 가격이 3월 이후 20%가량 급등했다며 대기업에 납품가격 인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 앞서 주물업계는 17일까지 수요처와의 가격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공급 중단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달 중순이 납품 단가를 둘러싼 대 · 중소기업 갈등의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08년과 같은 원자재 파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공정위 등 정부 부처들이 중재에 나서면서 납품단가에 원자재 인상분이 반영되는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골판지 업계도 최근 갈등을 빚었던 대기업과 납품가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발 경제위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점도 납품가 갈등 우려를 덜어주는 대목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