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 · 중 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불만을 제기했고 이에 중국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 반한감정이 재현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양국 간의 외교적 마찰이 양국 국민들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따지고 보면 사소한 오해가 초래한 불필요한 마찰이다.

첫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의 방중 3일 전 상하이에서 열린 한 · 중 정상회담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심지어 국내 언론매체에 "뒤통수를 때렸다"는 식의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개인적 차원에선 섭섭할 수도 있겠으나 정부가 나서서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전체주의체제일 뿐 아니라 봉건 전제군주제의 속성을 지닌 북한에서 김 위원장은 움직이는 핵심 국가기관이요 국가권력의 요체이다. 그의 동선 자체가 북한의 특급 국가기밀이다. 그의 유고 시에는 북한 체제 및 정권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북한을 배려해야 하는 중국이 어떻게 그 사실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해군 군함의 침몰 사건까지도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나라의 대통령에게 알려줄 수 있겠는가.

둘째,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우리 정부는 중국에 항의하고,각 언론은 한 · 중 전략적 관계가 북 · 중 혈맹관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식으로 곡해하고 있다. 항의 자체가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의 원인규명은 물론 김 위원장 방중의 배경에 대해 어떤 정확한 정보도 없는 시점에서 너무나도 경솔한 처사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통해 한 · 중 관계와 북 · 중 관계의 비중을 가늠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 양자 간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두 개의 한국'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견지하는 일관된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대 남북한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이 중국에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특히 대미 관계의 틀 속에서 필요불가결한 존재라면, 중국에 있어서 남한은 그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북한을 능가하는 유용성을 지닌다. 중국인들 그 경중을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을까.

우리 정부로선 지금처럼 사후 불만을 토로할 일이 아니라 사전 협조를 선행했어야 한다. 군사정보의 유출 가능성이나 북한 요인으로 인한 중국의 부정적 태도를 우려한 나머지 우리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 최근 얼마 전까지 어떤 의미있는 협조 요청도 중국에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사자인 우리가 아닌 미국을 통해 그런 요구를 제기한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 한 · 중 관계를 과소평가한 것이고, 중국에 대해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지 못한 탓이다. 만약 우리 측 요구에 중국이 부응하지 못하면 그것은 한 · 중 관계에서 중국이 짊어져야 할 외교적 빚이자, 그만큼 우리의 명분을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구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중국이 알아서 해줘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할 것은 한 꼴이 된 셈이다.

중국에 대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합당한 역할을 주문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그에 걸맞는 처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및 언론이 보여준 가벼운 행동들이 양국관계를 쓸데없이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과 특수관계 아래에 있는 중국에 대해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지만 북 · 중 관계를 과도하게 평가함으로써 한 · 중 양국 간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비전문성이 초래한 사소한 오해와 훈련받지 않은 아마추어리즘이 국가이익을 손상시키는 현상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전성흥 < 서강대 교수·중국정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