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4라운드로 치러지는 남자골프대회에서 셋째날의 3라운드는 '무빙(moving) 데이'로 불린다. 커트를 통과한 선수들이 그날 앞서 나가야 최종일 우승다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치고 나간 선수는 필 미켈슨(39)이었다. 타이거 우즈(35 · 이상 미국)는 이틀째 1언더파로 주춤거리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미켈슨은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를 몰아쳤다. 3라운드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전날보다 35계단이나 오른 공동 11위에 자리 잡았다. 이틀째 선두를 지킨 리 웨스트우드(영국)와는 5타차다.

미켈슨이 최종일 역전 우승을 하고,우즈가 5위 밖에 머무르면 미켈슨은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된다. 미켈슨은 투어 통산 38승을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최다타수차 역전우승은 2000년 마스터스콜로니얼로,최종일 6타 열세를 딛고 우승컵을 안았다.

간신히 커트라인을 통과한 우즈는 무빙 데이에서도 잠잠했다. 특히 17번(파3),18번(파4)홀을 연속 보기로 채우며 고개를 떨궜다. 18번홀(길이 447야드)에서는 스푼 티샷이 제대로 안 맞아 첫 날 7번홀에 이어 또 한번 높이 솟구쳤다. 우즈는 어쩔 수 없이 5번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해야 했는데 볼은 그린을 벗어나 보기로 이어졌다.

우즈가 파4홀에서 두 번째 샷을 우드로 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것도 한 대회에서 두 번이나 그랬으니 그의 플레이가 얼마나 안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즈는 합계 4언더파 212타로 공동 45위다.

3라운드 후 미켈슨은 갤러리들의 사인 요청에 흥을 냈으나,우즈는 코스를 빠져나가기에 급급해 대조를 이뤘다. 설상가상으로 한 어린이가 우즈를 향해 "이제 그만 랭킹 1위에서 내려오세요(Tiger,say goodbye to No.1.Kiss it goodbye)"라고 말해 더 심란해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우즈는 최종일 '라이벌' 미켈슨보다 무려 3시간15분 먼저 티오프한다.

2라운드에서 10위까지 치솟았던 최경주(40)는 이날 이븐파(버디3 보기3)로 주춤,합계 7언더파 209타(69 · 68 · 72)로 공동 24위를 기록했다. 선두와 7타차다. 양용은(38)은 그보다 2타 뒤진 공동 43위다. 양용은은 '아일랜드 그린'으로 된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넣으며 더블 보기를 했다.

한편 케빈 스태들러(미국)는 18번홀에서 5오버파 9타를 쳤다. 3번우드 티샷이 두 번이나 물에 들어가자 그는 클럽을 숲으로 던져버리기도 했다. 일곱 번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그는 2퍼트로 홀아웃,'퀸튜플(quintuple) 보기'를 하고 말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