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6%였다. 1년 전에 비해 3%도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근 3개월 연속 2%대의 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배추가격이 너무 올라 김치도 못 담가 먹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식당에서 나오는 반찬이 줄어든 경우도 태반이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와 가계에서 느끼는 물가의 차이가 이처럼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품목별 가중치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어떤 품목의 가격이 아무리 많이 오르더라도 가중치가 낮으면 전체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 배추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67.3% 올랐지만 배추를 포함한 채소 · 해조류의 가중치(1000 기준)는 19.2로 2%에도 못 미친다. 이상기후로 채소와 해조류 값이 두 배로 올랐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포인트 미만이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가중치가 170.4로 매우 큰 주거 및 수도 · 광열비 가격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3% 오르는 데 그쳤다. 가중치가 세 번째로 큰 외식 · 숙박 가격지수 역시 상승률이 2.1%에 불과했다. 채소값이 급등해도 전체 물가 상승률이 2%대에 그친 이유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품목과 가중치는 2005년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지난 5년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면은 있다. 예컨대 내비게이션처럼 급속히 대중화된 품목이 있는가 하면 우편요금처럼 이용 빈도가 줄고 있는 품목도 있다. 통계청은 5년에 한번씩 물가지수 구성품목과 가중치를 바꿔오던 것을 앞으로는 3년에 한번씩 조정할 계획이다.

소비자물가의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통계청은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등 보조 물가지표를 함께 내놓고 있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52개 품목의 가격을 보여주는 것이고 신선식품지수는 채소 과일 어류 등 51개 품목의 가격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6% 올랐고 야채 생선 등 신선식품지수는 12.1%나 올라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을 비교적 잘 보여줬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