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해도 2차대전에 패배한 일본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줄은 몰랐다.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더니 1990년대에는 도요타의 위상이 미국의 디트로이트 '빅3'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석유 파동에 미니 도요타가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마쓰다 자동차를 싣고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던 화물선 바닥에 바닷물이 스며들어 수백대의 자동차가 녹이 슬어 손상을 입자 화물선 선장이 책임을 통감,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미국 기업들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돈 몇 백 달러에 직장을 옮기는 미국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이때부터 일본식 기업경영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일본식 경영방식 등이 소개되면서 소위 일본식 경영혁명이 화두로 등장했다. 1990년 초 내 지역구민들이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한결같이 하와이가 미국인지 일본인지 알 수 없다고 불평했다. 일본 사업가들은 와이키키 해변의 멋진 호텔들을 거의 다 사버린 뒤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유명한 페블비치 컨트리 클럽,할리우드 배우들이 선호하는 리베라 컨트리 클럽,로스앤젤레스( LA)의 역사적 유물인 빌트모어 호텔 등을 비싼 가격으로 매입했다. 또 뉴욕의 명물인 록펠러센터를 구입,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일본 기업들의 무리한 부동산 투자는 계속됐다.

결국 미국 의회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불러다 청문회를 했고 그해 미국 역사상 전례없이 0.25%씩 여섯 번 이자율을 인상하는 바람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일본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심한 경제 불황에 직면했다.

이번 도요타의 추락도 비슷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너무 서둘렀다. 예컨대 대형 캐딜락을 선호하는 텍사스에,시장 연구도 없이 정치적 영향을 키우기 위해 대통령의 고향이란 이유로 도요타 공장을 세웠다. 또 너무도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도요타 때문에 GM 노조가 웅성거리자 GM 계열사와 계약해 부품을 납품받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미국에만 17만명의 고용인을 둔 대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감히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대기업이 됐다는 오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간 품질에 문제가 생겨 몇 번 리콜(Recall)도 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고 덮어주었다. 도요타의 오만은 점점 더 심해졌다.

작년 8월 하토야마 총리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일본 총리에 올랐다. 2006년에 미국과 일본은 현재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인구가 밀집한 도시 중심에서 외곽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당선하자 미군기지는 오키나와를 떠나야 하며 5월31일까지 다른 곳으로 옮겨 놓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더욱이 미군 5만명을 주둔시키는 미 · 일 상호조약 자체도 다시 검토하겠다며 미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 발표했다. 미국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미국의 여론은 일본이 반세기 동맹국인 미국을 배신했다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결국 도요타 지도부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제 도요타는 엄청난 위기에 처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년 전 하와이에서 경험했던 교훈을 잊어버린 게 추락의 단초였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