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천사'일까 '악마'일까.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에 1100억유로(약 161조원)를 지원하는 대신 강력한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그리스 의회는 EU와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올해 말 6.5%로 낮추고 2014년까지 GDP의 3%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공무원 봉급 인하와 연금 삭감,사회복지 지출 규모 축소,각종 세금 인상 등의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그리스의 재정적자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를 위축시켜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높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경우 시중금리가 덩달아 급등해 가계와 기업의 부실을 야기하고 경제 전체를 악화시켜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2000년 3월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도 이듬해 국가부도를 맞은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초반 GDP 대비 30%대였던 정부 부채가 2001년 6월 46.4%로 급증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2월부터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빠졌으며 2주간 3명의 대통령이 교체되는 우여곡절 끝에 2002년 초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리스는 이번에 거액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데다 EU 경제권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국가부도 위험은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긴축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경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고,돌발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그리스 국채의 70%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을 유로존,특히 독일과 프랑스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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