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뉴욕 주가의 대폭락 사태는 단순한 주문 실수 탓이 아니라 이종(異種)거래소와 복잡한 컴퓨터 거래시스템이 일시적인 변동폭 증대를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원인과 전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철저한 진상조사를 당부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위원회(CFTC)는 현물과 선물거래소 등 이종 거래소 간 주문이 오가는 전자 거래에서 일부 종목의 가격에 큰 변화가 있었고 이로 인해 자동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주가가 폭락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증권감독 당국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데는 지난주 후반 급격히 냉랭해진 시장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별도로 시장에서 주문이 체결될 때까지 호가가 조정되는,이른바 ISO(Intermarket Sweep Order · 일소주문) 주문이 일부 종목의 주가 폭락을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ISO주문은 매수자가 없으면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주가가 계속 떨어지게 된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 41달러인 액센추어 주가가 2시47분53초에 1센트까지 떨어진 것도 바로 이런 주문 탓이란 지적이다. 물론 이 같은 주문이 당일 전체 시장을 곤두박질치게 한 직접적인 요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부 시장에서만 적용되는 '서킷 브레이커'(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오히려 다른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단 매디슨 전자거래 책임자는 "현재 시스템만으로는 주식시장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오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날 블룸버그는 SEC가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치권도 주식투자자를 공황상태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금융감독 당국이 투자자 보호와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감독당국은 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적절한 대응조치를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폴 캔조스키 하원의원은 의회가 주가 폭락에 대한 청문회를 11일 개최키로 했다고 전했다. 또 메리 샤피로 SEC 위원장에게 진상파악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이익원/워싱턴 김홍열 특파원 iklee@hankyung.com

'유럽위기' 더 알고 싶으시면
▶hankyung.com/europe_cri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