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대] "한국증시에 한국은 없다"…유로존 리스크 촉각
12주 연속 상승 행진을 벌였던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5.4% 급락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셀 코리아(Sell Korea)'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증시 분위기도 급변했다. 지난달 26일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때만 해도 1900대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팽배했으나 지금은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제한적이나마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유럽 각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데다 미국 경제지표에서 경기 회복세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수급 · 모멘텀 모두 해외변수에 종속

이번 주 국내 증시는 해외 변수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한국 증시에 한국은 없다"며 "수급,이벤트,모멘텀 모두 국내와 관련된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일단락돼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못된다. 12일에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와 삼성생명 상장이 예정돼 있고 13일은 옵션만기일이지만 이 역시 시장에 큰 위력을 발휘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따라서 최대 이슈는 유럽 재정 리스크가 어떻게 봉합되느냐로 모아진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유로존 정상회의(7일)와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9일)에서 그리스 사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월요일(10일) 뉴욕증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다. 지난주 5.71% 급락한 다우지수가 소폭이나마 반등할 경우 국내 증시도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지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1일 3월 도매재고지수를 비롯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4월 산업생산,4월 소매판매지수 등이 잇달아 발표된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실물경기 회복세는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지표 발표가 증시 분위기를 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한적 반등…IT · 자동차 중심 대응을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지만 국내 증시는 이번 주 소폭이나마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상승 추세로의 복귀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단기 급락에 따른 반작용 수준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문제가 스페인 등 다른 나라로 번지는 것을 국제사회가 방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유럽 악재가 잠잠해지면 국내 증시는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 센터장은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점이 국내 수출기업에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미가 있다"며 "IT · 자동차 업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속 상승으로 인해 누적됐던 부담이 지난주 조정으로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0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630선 근처에선 기관들의 대기 매수 자금이 강하게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IT 자동차 등 실적모멘텀이 강한 업종을 중심으로 종목을 압축해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추천 종목으론 현대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하이닉스 삼성전기 등을 제시했다. 또 기관들이 최근 사들인 현대해상 한진해운 CJ제일제당 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