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연이어 과열 억제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방정부도 강도 높은 시행 세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활발하던 부동산 거래는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추고 집값도 하향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중국 집값이 올해 최대 3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중국이 당분간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집값 예상보다 급격하게 빠져

블룸버그통신은 조만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을 이행할 경우 중국의 집값은 30%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젠인투자증권 등 전문기관들의 조사를 인용해 9일 보도했다. 싱웨이웨이 젠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주택 거래가 예상보다 빨리 줄고 있고 집값 하락 속도도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며 "1급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지금보다 약 30%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 리 선인완궈연구소 애널리스트도 "부동산세가 도입될 경우 30%,도입되지 않을 경우 20%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창장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15일 국무원이 부동산 억제책을 발표한 이후 중국의 주택 거래량은 평균 40% 이상 줄었다. 베이징에서만 5월 들어 1~2일 이틀 동안 일평균 주택매매 계약 건수가 전년 평균에 비해 80% 이상 하락했다. 최근 1년간 주택 가격이 86%나 폭등했던 선전도 4월 마지막 한 주 동안 주택매매 계약 건수가 그 전주에 비해 42%나 감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판매 주택 가격도 내리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에버그란트는 최근 광둥성 광저우에서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을 평균 15% 내렸다고 상하이증권보가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장쿤위 센털라인 베이징지점 투자컨설팅매니저는 "신규주택보다는 기존주택 가격 하락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로 부동산업체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상장된 113개 부동산업체로 구성된 신완부동산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24.5%나 떨어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인 완커의 주가는 지난 6일 선전주식시장에서 7.18위안까지 떨어져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화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5 · 1절 휴가기간 이후 부동산업체 81개 종목이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고 이 중 25개 종목의 주가 하락률은 올 들어 30%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금리 인상 늦어질 듯

올 들어 집값이 오른 대형 도시들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충칭 선전 등은 올해 주거용 건물에 대해 제산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고정자산 투자의 18%를 차지하며,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도 58%나 된다. 서민화 하이퉁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은행 신규 대출금 2조6000억위안 중 3분의 1 이상이 부동산개발업체와 주택 구매자에게 대출됐다"며 "그러나 정부의 조치로 모기지 대출은 5월 이후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런즈창 화위안부동산 사장은 "부동산개발업체들의 투자 포기가 확산되면 내년에는 공급 부족으로 오히려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중국이 출구전략을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러쉰레이 궈타이쥔안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대출 축소로 부동산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안에 정부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