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의료 관광' 일본보다 2년 앞서 스타트 끊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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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 곳곳에 장애물…
메디컬 비자 만들어놓고
현장선 위장취업 우려 발급 엄격
전담 통역사 구하기 힘들고
한국 대표 사이트도 없어
메디컬 비자 만들어놓고
현장선 위장취업 우려 발급 엄격
전담 통역사 구하기 힘들고
한국 대표 사이트도 없어
일본이 오는 6월부터 부유층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의료비자 신설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4월 한국전담부서를 만든 일본 경제산업성은 30일 과장급 공무원 두 명을 보건복지부로 파견해 한국의 의료관광 정책을 파악할 예정이다. 한국이 2년 전 먼저 의료관광 진흥을 위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면밀한 후속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시아 의료허브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국의 의료관광 정책 중 진취적으로 앞선 것은 '메디컬비자' 신설이다. 작년 5월부터 의료관광 알선업이 공식 허용되면서 정부는 90일 이하 단기체류용 메디컬비자(C3M)와 90일 초과 장기체류용 메디컬비자(G1M)를 만들었다. 국내 의료기관의 진료소견서나 해당국 의사의 진료의뢰서 등의 서류를 갖추면 현지 영사관의 재량 아래 환자 본인과 보호자 1인에 대해 메디컬비자를 발급해 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 몽골 베트남 등의 국가에 대해서는 비자발급이 엄격하다. 법무부가 불법위장취업자 문제 때문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의 치료를 포기하는 외국인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의료알선업 종사자들의 얘기다.
한국 의료관광은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에서 많은 취약점을 갖고 있다. 우선 통역 인프라다. 복지부 산하 보건인력개발연구원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60명의 의료관광 통역사를 배출할 예정이나 영어를 제외한 다른 외국어의 통역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통상 통역비가 하루에 100만원,직원 채용시 연봉 3000만~5000만원이 들어 의료관광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지금 단계로서는 비용부담이 크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이다. 따라서 국내 다문화가정의 유능한 인력을 통역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의료관광의 대외홍보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우선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관광 사이트가 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관광공사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 국제의료협회 전국글로벌의료관광협회 등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 병원의 연혁이나 인프라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을 뿐 무슨 치료를 어느 수준으로 잘하고 치료비용은 대략 얼마인지 소개하는 사이트가 없다.
국내 관련 기관들의 형식적인 홍보도 문제다. 지난달 13~17일 보건산업진흥원과 관광공사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글로벌헬스케어박람회의 경우 국내 38개 의료기관이 참가했다. 하지만 늘상 나오는 외국인 에이전시 관계자가 개회 첫날에만 100여명 들렀을 뿐 나머지 기간에는 썰렁했고 실제 이렇다 할 유치실적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S대학병원 관계자는 "외국의 유사 전시회에 가면 하루에 수천명이 몰려 북적거리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생색내기나 건수 채우기를 위한 단순 설명회나 전시회 방식의 홍보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H 의료관광 알선업체 관계자는 "외국에서 이뤄지는 설명회 방식의 홍보행사는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현지 언론에 기사 한 줄 나가지 않아 답답했다"며 "복지부(94억원)와 관광공사(36억원)는 130억원에 가까운 관련 예산의 일부를 현지 신문 · 방송 ·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쓸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대표급 의료관광 사이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신뢰할 병원을 걸러내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으면 미국 의료보험환자를 맞는데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지만 비용이 수억~수십억원이 드는 데다 1200여개의 평가항목을 합격해야 하고 국내에서 인증받은 의료기관이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문턱이 높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 협력 비영리 의료기관 인증기구이자 JCI의 상위기관인 국제의료질관리학회(ISQua)를 통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의료기관 평가제도를 국제적으로 인증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의료관광알선업체의 전문화와 체계적인 육성도 필요하다. 지난해 5월 알선업이 허용되면서 현재까지 보건산업진흥원에 등록한 알선업체는 123개소로 이들 업체가 유치한 외국인 환자는 1894명.전체 외국인 유치환자의 3.1%에 그친다. 1인 기업이 많고 연간 10명도 유치하지 못하는 곳이 대다수다. 러시아 전문 의료관광알선업체인 닥스메디컬코리아의 우봉식 사장은 "지난해 88명을 유치한 데 이어 올해는 300명 이상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며 "병원이 자체인력을 활용해 의료관광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문알선업체를 통해야 의료관광산업도 커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가 매출 10억원당 17.6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면 의료관광알선업은 30명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한라그룹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 그룹이 창립한 의료관광알선기업인 현대메디스(대표 신중일)는 이런 점에서 전문화를 지향하는 사례로 손꼽힌다. 자본금 20억원에 직원 17명이 지난해 30여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지만 올해는 276명 이상을 유치하고 관련 부대사업을 펼쳐 24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의 의료관광 알선업 진출은 먼 장래를 보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펼친다는 점에서 근시안적인 소규모 업체보다 알선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게 의료계와 보건당국의 시각이다.
알선업체에 대한 적정한 수수료 책정도 해결할 과제다. 우 사장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료관광알선업체에 대한 수수료는 진료비 대비 15~20% 선"이라며 "대형 의료기관은 10%도 안 주려고 하고 비등록 알선업자나 일부 관광가이드는 외국인 환자를 속여 진료비의 50%가 넘는 돈을 챙겨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쌍꺼풀 성형수술의 경우 가이드가 국내 환자에게 120만원 받는 시술비를 80만원으로 후려치고 외국인 환자에게는 120만원 이상을 받아내 차액을 수수료로 챙기는 경우가 횡행하고 있다. 그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바가지를 씌운 한국 관광가이드를 비난하는 글 300건이 넘게 올라와 있다"며 "이 같은 부작용을 막으려면 병원과 알선업체가 계약을 맺어 그에 따라 일정하게 수수료를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나 분쟁 발생시 미흡한 대응체계도 문제다. 현재 의료관광알선업체는 1억원가량의 보증보험(연간 보험료 80만원)에 들고 있지만 법률 속인주의가 강한 나라의 외국인들에게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물어줘야 할 배상금액에 대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외 보험사도 의료사고 위험률을 가늠하지 못해 관련 보험상품 개발을 미루는 등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국가가 보증하는 배상보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