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처도 개혁에 예외일 수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전방위 개혁'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날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0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천안함 사고와 스폰서 검사 파문 등을 계기로 집권 3년차 기강을 다잡겠다는 뜻이다.

경제는 모범적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사회병폐와 부조리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명실상부한 선진일류국가로 발돋움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선거가 없는 해"라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기본을 튼튼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초 신년 연설을 시작으로 토착 교육 권력형 비리척결 등 개혁 의지를 거듭 천명해 온 데 이은 것으로 집권후반기 대대적인 '국정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오랜만에 죽비를 들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노사 개혁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속에서 파업하고 노동쟁의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었다"며 "위기 속에서 그런일이 일어났다. 이번 노동법 개혁을 통해 선진국형 노사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경찰 개혁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최근 스폰서 파문과 경찰의 성폭행 가담 사실 등을 언급하며 "사회 구석 구석에 많은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서 신뢰 잃는 일이 많았다. 선진국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세계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스폰서 파문에 대해 "일부 검사는 이권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친분으로 한 것이 큰 문제가 되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게 더 잘못된 것"이라며 비리의 관습화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수치상 모범적으로 올라가고 세계가 감탄하는데 비리는 매우 낙후돼 있다"고 했다. 또 "이번 천안함 사태가 국민안보를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듯이 검찰도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는 등 이번 일(스폰서 파문)이 큰 교훈이 돼서 스스로 개혁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여권 진용 개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위기 극복과 국정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국무위원 등에게 노력을 경주해 달라는 원론적인 당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