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남유럽발 위기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세계 증시는 유로존 국가 의회들의 그리스 지원안 승인에도 불구하고 폭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 또한 주가가 급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현실화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유럽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다. 유로존 국가들은 지난 7일 긴급 정상회의를 갖고 "전 세계적으로 조직화한 세력이 유로화에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로존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로화를 방어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위기 원인이 해외 투기세력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투기세력 억제를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도 긴급 화상회의를 갖는 등 금융위기 확산 방지를 위해 공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금융불안이 조기에 진정될 수 있을지는 결코 낙관하기 어렵다. 위기 원인이 투기세력의 공격보다는 유럽 국가들의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있다고 보는 게 지배적 견해이기 때문이다. 유럽국가들과 G7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도미노식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이유다.

특히 유동성위기에 처한 서유럽 은행들이 자금회수에 나선다면 그 위험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동유럽 국가들은 해외자금 조달액의 90%를 서유럽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국가부도의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판박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아 우려가 더욱 크다.

이번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상승세로 돌아서는 듯하던 세계 경기가 다시 고꾸라진다면 급신장 가도를 달려온 수출이 치명타를 받게 되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 또한 대폭 둔화될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금융시장의 불안 재연 소지도 다분하다. 국내에 들어온 국제부동자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간다면 주가와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최근 이틀 새 주식시장을 이탈한 외국인 자금만 약 2조원에 이르는 만큼 결코 기우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들의 국내 증권 보유 규모가 380조원을 넘는다는 사실은 유념(留念)하지 않으면 안될 대목이다. 정부도 비상금융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는 있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는 등 위기대처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