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유럽연합(EU)의 '공적(公敵)'으로 등장했다. 재정위기 우려가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이들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낮추자 주가는 낙폭을 키웠고 유로화 가치도 동반 급락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들은 "신용평가사들이 유로존 내 긴장을 과장하거나 부추기고 있다"며 이를 통제할 수단 마련을 여러차례 촉구했다. 지난 7일 유로국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주요 이슈로 논의됐다. 대다수 정상이 신용평가사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문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지적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불러온 모기지담보부증권(CDO) 등에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금융위기를 불러 온 공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신용평가사 개혁 문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중 하나로 올랐다.

한편 주택담보대출증권(MBS) 등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신용평가업체 중 하나인 무디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의 모회사인 무디스코퍼레이션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포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SEC로부터 지난 3월 행정조치 개시를 검토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SEC가 문제 삼고 있는 혐의는 무디스가 2007년 SEC에 제출한 신용평가업체 등록신청서상에 언급된 사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무디스가 위험 요소 발생 시 해당 상품의 신용등급을 즉각 강등하지 않았는데,이는 오직 채권의 신용도만을 평가 요소로 삼아야 하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SEC의 주장이다.

정종태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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