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만 원유 시추선 폭발 사고로 초래된 원유 유출이 결국 대재앙으로 가는 것일까. 미 정부가 군까지 동원하고 사고 주체인 영국계 석유 메이저 BP는 해저 유정 틀어막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해저의 사고 유정에서는 현재 하루 최대 21만갤런(약 79만4000ℓ)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서로 380㎞,남북으로 160㎞ 넓이로 크게 퍼져 있는 기름띠는 멕시코만 일대를 덮으며 루이지애나,플로리다,앨라배마,미시시피주 해변으로 접근 중이다.

미 정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와 해안경비선 등을 파견해 구조작업 및 화재 진화에 나섰다. 사고 해역에 1900명의 연방정부 인력과 방제선,항공기 300여대를 투입해 방제작업도 벌이고 있다. BP는 로봇 잠수정 10대를 동원해 유정을 폐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급선무는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철제 파이프 내 3개 구멍을 봉쇄하는 것이다. 가장 작은 구멍은 지난 5일 소형 밸브로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정 내 분출 압력을 낮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폭발방지기는 수리를 못했다. 건물 4층 높이의 대형 철제 컨테이너 형태의 오염물질 차단 돔을 기름이 가장 많이 유출되는 구멍 위에 씌우는 작업도 지난 7일 밤 중단됐다. BP는 이 작업이 성공하면 원유 유출량의 85% 정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름 분출 압력을 낮추려고 유정에서 1.6㎞ 정도 떨어진 곳에 추가로 감압유정을 뚫는 작업에도 착수했으나 최소한 2~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BP가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인 오염물질 차단 돔을 씌우는 데 실패할 경우 사고 해역 주변에 떠 있는 기름띠는 해류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이동해 최악의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생태 전문가들은 원유 유출로 인한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투자회사인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토크 회장은 이번 사고로 인해 미국 경제가 다시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책임 소재 논란도 커진다. 초기에 BP와 미 정부가 상황을 오판해 늑장대응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BP는 사고 발생 직후 원유 유출 차단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유출량마저 잘못 계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 정부는 'BP의 원유 유출 사태'라고 지칭하는 반면 BP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형국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