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도요타 BMW.해당 분야에서 세계시장 1위이면서도 중국에선 한결같이 경쟁자에 밀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는 중국에서 이들의 실패담이 던지는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국제적 성공모델이라도 현지화하지 못하거나 △시장의 선점 기회를 놓치면 중국에서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월마트는 중국에서 까르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중국 100대 유통업계 매출 순위가 이를 확인시켜 준다. 지난해 월마트는 중국에서 340억위안의 매출을 올려 할인점 순위에서 5위에 머물렀다. 366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한 까르푸는 3위에 올랐다. 그나마 월마트가 중국에서 101개 점포를 운영하는 대만계열의 트러스트마트를 2007년 인수한 덕에 까르푸와의 격차를 좁혔다. 2006년만 해도 월마트는 중국 유통업계에서 매출이 22위에 그쳐 까르푸(6위)에 한참 뒤졌었다.

월마트는 까르푸와 비슷한 199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했지만 성공모델을 현지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월마트의'매일 저가격(Every day low price)' 정책은 저가 제품 판매상들이 즐비한 중국에서 먹히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신선 제품을 선호하는 탓에 월마트는 점포가 있는 지역 인근에서 물건을 조달해야 했다. 인공위성까지 활용하는 글로벌 제품 조달망으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온 월마트지만 신선 제품을 공급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까르푸가 지역별 구매센터를 세워 지역특화한 제품을 공급해 성과를 올리고 입점비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 것과 대조된다.

도요타와 BMW가 중국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에 밀리고 있는 건 한발 늦게 뛰어든 탓이 크다. 도요타는 1998년 이치자동차와,BMW는 2004년 화천자동차와 합작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중국에 진출한 1980년대 중반에 비해 10~20년 뒤진 시점이다. 1980년대 초 당시 중국의 1인자 덩샤오핑 군사위원회 주석은 도요타에 중국에 자동차공장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도요타는 "도로교통법도 없는 나라에 어떻게 생산공장을 짓느냐"며 거절했다. 반면 폭스바겐은 전문가들을 파견해 자동차산업 발전의 로드맵까지 만들어줬다. 중국 고위 공직자들이 타는 관용차가 대부분 폭스바겐 계열 아우디인 이유다. 중국을 상징하는 사자상이 도요타자동차에 거수경례하는 광고를 실었다가 중국 내 반일감정을 부추겨 곤욕을 치를 만큼 현지화도 순조롭지 못했다.

지난달 중국 승용차 판매 순위에서 도요타의 합작법인 이치도요타는 5만1500대로 9위에 머물렀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는 물론 현대자동차의 중국합작법인에도 뒤졌다. 중국 시장에서 BMW는 올 1분기 전년 동기의 2배 수준인 3만4179대를 팔았지만 여전히 아우디 아성(5만1449대)을 깨지 못하고 있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