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의 신뢰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들을 제재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및 기업신용등급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이들이야말로 금융불안의 주범이라는 비난 여론까지 일고 있는 까닭이다. 신용평가회사 개혁이 G-20정상회의 의제로 오른 데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의 잣대가 얼마나 제멋대로인지는 우리나라와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만 비교해봐도 한눈에 드러난다. 최근 금융불안은 남유럽국들의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서 비롯됐지만 국가신용등급은 그리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보다 몇 단계씩 높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3.8%, 재정수지 적자는 4.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도무지 납득(納得)하기 힘든 등급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돌아보면 이런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금융상품들에 지나치게 후한 등급을 매겨 버블을 만들고 투기를 불렀다. 그로 인해 위험하기 짝이 없는 파생상품이 무더기로 거래됐고,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사들의 오류는 이해상충이 야기되는 영업구조에 근본원인이 있다. 피평가기관에서 비용을 받는 탓에 평가가 느슨해지기 쉽다. 서구 중심주의도 문제다. 3대 신평사에서 모두 최고 신용등급을 받은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뿐이지만 EU는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에 달하는 게 단적인 사례다.

따라서 신용평가의 잣대를 공정하게 세우는 제도개혁이 대단히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신용평가사를 평가하는 국제적 시스템을 서둘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 신용평가 업무를 공공기관이나 국제기구에 맡기는 등 이해상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차별 받는 아시아국가들이 독자적 평가회사를 육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