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악조건에서 대학의 높은 문턱을 넘었던 '1세대 장애인 대학생'이 후배를 위해 써 달라며 장학금 10억원을 선뜻 내 감동을 주고 있다.

10일 서강대 동문회에 따르면 철학과 60학번인 김경자씨(왼쪽)가 지난달 열린 동문 재상봉 행사에서 "장애인 재학생을 돕는 데 써 달라"며 10억원의 기부 약정서를 전달했다.

다리가 불편한 김씨는 서강대학(서강대의 전신)의 개교 첫 입학생으로 이름을 올렸으며,비(非) 장애인에게만 입시 기회를 주던 당시 대학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1세대 장애 대학생이었다.

김씨는 동문회를 통해 "다른 대학과 달리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내치지 않은 학교가 고마웠다. 당시 얻었던 희망을 이제 후배에게 전해주고 싶어 사업으로 번 돈을 내놨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문회는 이 기금에 김씨의 가톨릭 세례명을 따서 '로사 장학금'이란 이름을 붙이고,내년부터 매년 약 10명의 장애 학생에게 혜택을 줄 예정이다.

동문회 관계자는 "고(故) 장영희 교수(영문과 71학번)보다 선배인 장애인 동문이 있는 줄 몰랐다. 학교 운영을 맡던 서양 예수회 신부들이 개교 때부터 '장애인 동등 대우' 방침을 고수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