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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칼럼] 對中관계 자충수 경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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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부터 5일간 이어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새벽안개 속의 압록강 철교를 비밀스럽게 건너온 신비주의에 카퍼레이드 하듯 요란스레 베이징에 진입하는 파격이 더해졌다. 준비된 공연 관람을 취소하고 갑자기 떠나버리는 의외성도 갖췄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지도자들이 최고의 예우를 갖춘 것도 방중극(訪中劇)의 중요한 줄거리였다.

    코미디 같은 장면이 이어지는데도 시종 비극적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아이러니하다. 주인공 격인 김 위원장의 듬성듬성한 머리와 불편한 거동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위성국으로 전락하는 게 역력한 북한의 모습에서 '약자의 비애'란 말이 계속 맴돌아서였다.

    중국과 북한은 '외교 · 내정에 있어 양국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다'고 합의,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서로 협의하기로 했다. 후계구도든 남북관계든 중국은 북한에 대해 사전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틀을 확보한 셈이다. 굳이 후 주석이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받아들였다는 형식 논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힘의 균형으로 볼 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엄청나게 배가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경제발전에 필요한 돈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의 답변이 명쾌하지 않았다는 게 찜찜하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북한 주민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중국식 개혁에 먼저 나서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줄 건 주고,받을 건 못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중국 측이 김위원장의 말에 명확하게 동의한 것은 엄격하게 말하면 "세대가 바뀐다고 양국 간의 우의가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대목 한 가지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가더라도 양국의 우의가 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입장에선 안 된다고 말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이처럼 북한을 발 아래 두면서 동북아질서를 재편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런 움직임에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진 직후 정부 차원의 항의는 물론 책임 있는 자리의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국익 우선'이 외교의 기본이고 보면 이런 화풀이가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건지 의심스럽다. 중국이 티베트 문제 같은 정말로 예민한 사안을 거론할 때 쓰는 '주권'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반발하도록 자극만 했고,중국 네티즌들의 반한 감정만 부추긴 게 아닌가 생각된다.

    더구나 천안함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게 입증되면,그 후엔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응징을 하든지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감정적 대응이 오히려 화를 불러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지금은 중국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질서 안에서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남과 북을 통일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중국의 힘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거나 전략적이지 못한 말을 함부로 뱉는 것은 하수들이나 범하는 '자충수'임에 틀림없다.

    베이징 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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