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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25시] 알바ㆍ주유원ㆍ참치캔 포장…오너 2세의 경영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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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독한 밑바닥 현장 체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차남 성민씨(36).올초 크라운베이커리 영업 상무를 맡기 전 두 번에 걸쳐 일선 베이커리에서 현장 근무 경험을 쌓았다. 이태원점에서 석 달간 '알바'를 한 데 이어 2007~2009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크라운베이커리 인사동점의 점주를 지냈다. 점주 생활 초기 계산대에서 100개가 넘는 제품 POS 코드를 찾지 못해 소비자로부터 무시당한 경험,외국인 노동자들의 눈속임에 넘어가 67만원을 도둑맞은 일 등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윤 상무는 이곳에서 베이커리 점주들의 애로사항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3년간 이곳을 거쳐간 아르바이트 직원이 족히 200명은 넘을 겁니다. 그렇게 직원이 자주 바뀌어서야 매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직원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영인이 돼야 겠다는 목표 의식이 생겼습니다.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표현한 그는 "일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을 얻은 것"도 점주 생활의 수확으로 꼽았다. 그에게 현장 경험을 권유한 부친 윤 회장 역시 서울고 재학시절 크라운베이커리 광화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기업 오너 2세에 대한 일반인의 이미지는 '아버지 잘 만난 덕'에 화려한 생활을 하고,초고속 승진 끝에 회사를 '거저' 물려받는 '왕자족'쯤 될 것이다. 그러나 윤 상무의 예처럼 회사 업무의 밑바닥부터 체험하면서 착실한 현장 경영 수업을 밟아 나가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2세들에게 '허드렛'일에 가까운 말단 업무를 시키는 오너에게는 공통된 경영 철학이 있다. "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은 일부터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정유회사의 최일선 업무는 일명 '총잡이'로 불리는 주유원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31)는 2002년 GS칼텍스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3개월간 주유원 생활을 체험했다. 당시 대기업 총수의 아들이 평사원으로 입사한 것부터가 이례적인 데다 주유원으로 근무한 것은 더욱 파격적인 일이었다. 윤홍씨의 주유원 생활 역시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한영외고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을 나온 윤홍씨는 입사 8년이 지난 올해 부장으로 승진,GS건설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식 교육 깐깐하게 시키는 재계 총수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다. 병역이 면제된 큰아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47)에게 군 복무격으로 6개월간 원양어선 선원을 시킨 일은 유명한 일화다. 김 사장은 '로열 패밀리'임을 숨기고 중노동 '뱃일'을 꿋꿋이 해냈다고 한다.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상무(37) 역시 혹독한 현장 수업을 받았다. 1996년 동원산업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그의 첫 보직은 부산의 참치캔 공장의 생산직.6개월간 이곳에서 참치캔 포장,창고 야적 등의 밑바닥 일을 한 그는 동원F&B로 옮겨 4년간 서울 청량리 지역을 커버하는 영업사원을 맡았다. 김 상무는 지금도 경영 서적을 읽은 뒤 부친 김 회장에게 독후감을 낸다고 한다. 두 형제 모두 고려대(경영학과와 사회학과)동문이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김 회장의 자식 교육만 봐도 그를 한국 수산업계의 '사표'라 부를 만하다"고 높이 평가한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의 허영인 회장은 본인 스스로 남다른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삼립식품 창업주인 고 허창성 회장의 차남인 그는 1970년대 초 경희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1종 대형 운전면허증을 취득,삼륜차를 몰고 삼립식품 빵을 동네수퍼에 배달하면서 시장을 익혀갔다. 허 회장의 큰 아들 진수씨(33)도 '업의 본질'을 강조하는 부친의 권유로 세계 최고 권위의 베이커리 전문학원인 미국 AIB의 1년6개월짜리 정규과정을 이수했다. 허 회장은 진수씨의 AIB 선배이기도 하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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