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 달 전부터 그리스 바이러스로 글로벌 증시가 몸살을 앓을 것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일까. 미래에셋운용은 외국인의 기록적인 순매수가 이어지던 지난달에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대거 내다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4월1일 1719.14에서 4월 말 1740대 전후를 오르내리는 동안 미래에셋운용은 오히려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춘 것이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매도 랠리를 미리 눈치챘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4월 한 달 동안 LS 현대건설 등 17개사의 지분율을 낮췄다. 주식 보유 비중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한미약품으로 13.72%에 달했던 지분율을 7.69%까지 낮췄다. 4월8일 현대모비스 주식 보유 비중을 8.99%에서 6.68%로 줄였으며 15일에는 삼성SDI 지분율도 9.60%에서 5.50%로 떨어뜨렸다. 연초 이후 수익이 많이 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 주식에서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반면 CJ오쇼핑 제일모직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5개사 보유 비율은 높였다. 특히 CJ오쇼핑과 제일모직은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인 몇 안 되는 종목으로,코스피지수가 지난달 말 대비 60포인트 이상 떨어진 와중에도 주가가 오른 종목이다.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제일모직은 지난달 말보다 4.75%,CJ오쇼핑은 3.24% 각각 상승했다.

외국인보다 한발 일찍 움직이며 하락장에서 '상처'를 덜 입은 데 대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외국인과 밀접한 교류를 하며 움직임을 빨리 읽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주식형펀드의 규모가 28조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만큼 외국인이 먼저 접촉해 오다 보니 전략을 수립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외국인 연계설에 대해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주식 매매 내역의 이유를 밝히면 운용전략이 시장에 노출되기 때문에 공개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노경목/강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