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7500억유로 기금' 조성] 급한불 끈 '유럽의 초강수'…자금 신속조달ㆍ집행이 성패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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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르투갈 전염 대비
기금 예상보다 크게 늘려
전문가 "구체 방안 지켜봐야"
기금 예상보다 크게 늘려
전문가 "구체 방안 지켜봐야"
유럽연합(EU)이 "투기세력에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EU는 10일 유로존 국가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7500억유로의 재정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위기의 불길을 단숨에 꺼버리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가세해 시장 신뢰를 높이는 데 힘을 실어줬다. 금융시장은 이날 일단 안정세로 돌아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안정기금
이날 유럽재무장관 회담에서 결정된 7500억유로의 안정기금은 미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로 조성했던 구제금융자금(7000억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회담이 열리기 1~2일 전만 하더라도 600억유로가 유력했었다. EU집행위 예산을 담보로 발행할 수 있는 채권 규모가 600억유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 지원에 1200억유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600억유로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전염되고 있는 재정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정안정기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당초 회의에 참석한 유로 장관들은 EU 집행위가 제공하는 대출금을 늘리고 유로 국가들이 지급 보증하는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독일이 반대했다. 재정 상태가 좋은 일부 국가에 부담이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안정기금에 유로존 국가가 다른 국가의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는 안이 새로 포함됐다. 또 유럽중앙은행(ECB)도 필요할 경우 회원 국가에 자금을 빌려줄 수 있도록 했다.
토머스 드 메이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가장 걱정스런 나라긴 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잠재적인 위험군이어서 추가적인 안정화 조치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정안정기금은 어떻게 운용되나
재정안정기금의 성패는 얼마나 자금이 신속하게 조달돼 구제금융 집행 의사결정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U 국가들은 EU집행위 자금 외에도 이날 4400억유로의 자금을 별도 조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 자금은 대부분 대출(loan)이 아니라 실제 자금이 집행되지 않는 지급보증(guarantee)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급보증과 대출의 비중을 어느 정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독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직접 자금을 내놓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EU 장관들은 "재정안정기금 집행은 기본적으로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특정 회원국이 재정위기를 호소하면서 구제금융을 요청하면 다른 회원국이 양자간 계약 방식으로 차관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 지원과 다른 점은 지급보증 방식으로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유로존 국가가 특별목적회사(special purpose vehicle)를 설립해 대출과 지급보증 방식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재정위기 완전히 진화될까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이날 합의안 발표 후 "이제 시장은 조용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이날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유로국가들의 4400억유로 지원 방식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와드 매카시 제퍼리앤코 수석 금융이코노미스트는 "구제금융기금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시장의 공포를 누그러뜨릴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떤 조건에서 이런 합의를 끌어냈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야시 히데키 미즈호 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처럼 합리적인 금리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나라가 많은 상황에서 재정안정기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