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교묘한 BW 발행…說·說·說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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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이 특정대상을 상대로 1000억원 짜리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는 현재 약 10%에 해당하는 지분으로, 강신호 회장 등 최대주주 보유지분(10.59%, 2009년 사업보고서 기준)과 맞먹는 큰 규모다.
동아제약은 그러나 이 BW의 실제 인수자를 교묘한 방법으로 숨겨 투자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주관사와 인수대상자를 이트레이드증권으로 공표, 최종 인수자를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BW 발행을 둘러싼 각 가지 설(說)들이 시장에 난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아제약이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트레이드증권 상대 발행?…"인수자 따로 있다"
11일 동아제약은 공장을 짓고, 연구개발(R&D)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트레이드증권사를 상대로 1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키로 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BW(사채)와 분리돼 동시에 발행되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의 인수자는 명시되지 않았다. 주로 대주주가 개인지분을 늘리기 위해 신주인수권을 되사는 경우가 많다.
이번 BW 인수자는 그러나 공시된 내용과 달리 이트레이드증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트레이드증권은 BW 인수를 위한 업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을뿐 실제 인수자는 기관투자가(금융기관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IB팀에서 총액인수(사채 총액을 포괄적으로 인수) 방식으로 1000억원 어치 BW를 매입하기로 했다"라며 "이는 추후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재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트레이드증권에서 가장 좋은 BW 인수조건을 제시해왔기 때문에 발행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계약과 관련해 옵션조항 등을 밝힐 수는 없는 단계이고, 이 BW를 최종적으로 누가 인수하게 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전혀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대표주관사를 대상으로 BW를 발행하는 것이지만, 지분을 팔아도 우호적인 대상에 팔지 적대적인 대상에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황상 우호지분을 더 확보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지분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BW를 발행하면서 발행자(동아제약)가 인수자를 모른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꼬집었다.
한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BW 인수자를 숨기기 위해 교묘한 수법으로 공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자가 정확히 확인될 때까지는 BW 발행 의도를 짐작할 수 없지만, 우호지분 확보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동아제약 입장에서는 최근 투자계약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투자가 마무리되더라도 결국 외국계자본"이라며 "외국인보다 좀 더 든든한 '백기사'를 얻기 위해 BW를 발행한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한미약품과 지분경쟁 끝났나'…說·說·說
1000억원 짜리 BW의 실질적인 인수 대상자 행방이 묘연해지자 공시 직후부터 시장에서는 발행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대주주가 우호지분을 대거 늘려 한미약품(지분 9.09%)과 경영권 분쟁 등 신경전을 끝마치려는 수순이다', '다국적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BW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다', '삼천리제약 인수합병(M&A)에 이은 또 다른 M&A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 등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몇몇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BW 발행이 GSK의 투자결정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판단했고,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대주주가 이면계약을 통해 지분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으로 파악했다. 공장 설립 등 돈이 필요한 시기는 맞으나 굳이 BW 발행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일단 GSK 투자와 이번 BW 발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GSK의 지분투자와 관련한 계약도 현재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라며 "계약이 완료되면 공시를 통해 시장에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제약의 BW 발행을 두고 이처럼 증권업계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취약한 대주주 지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2007년 강신호 회장과 둘째 아들 강문석 전 이사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회사다. 올 1월에는 6촌 관계인 강용석 제이콤 공동대표와 지분인수전을 벌여 경영권 분쟁설이 또 불거져나왔다.
이처럼 동아제약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경영진의 지분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의 보유지분은 현재 5.28%(2009년말 기준)에 불과하고, 강 회장의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등을 모두 동원해도 10%을 약간 웃돈다.
반면 경쟁업체인 한미약품이 확보하고 있는 동아제약 지분(9.09%) 규모는 그래서 늘 위협적이다. 한미약품은 동아제약의 주요주주로,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항상 노리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의 판단이다.
동아제약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약 10만3000주(1.01%)를 우지사주조합과 자사의 재단법인인 수석문화재단(이사장 강신호)에 각각 9만3000여주(115억원)와 1만여주(10억원)를 공짜로 넘겨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변신(?)시키기도 했었다.
취약한 지분구조를 약간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결국 주가안정을 위해 사들였던 자사주까지 동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
동아제약은 그러나 이 BW의 실제 인수자를 교묘한 방법으로 숨겨 투자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주관사와 인수대상자를 이트레이드증권으로 공표, 최종 인수자를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BW 발행을 둘러싼 각 가지 설(說)들이 시장에 난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아제약이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트레이드증권 상대 발행?…"인수자 따로 있다"
11일 동아제약은 공장을 짓고, 연구개발(R&D)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트레이드증권사를 상대로 1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키로 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BW(사채)와 분리돼 동시에 발행되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의 인수자는 명시되지 않았다. 주로 대주주가 개인지분을 늘리기 위해 신주인수권을 되사는 경우가 많다.
이번 BW 인수자는 그러나 공시된 내용과 달리 이트레이드증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트레이드증권은 BW 인수를 위한 업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을뿐 실제 인수자는 기관투자가(금융기관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IB팀에서 총액인수(사채 총액을 포괄적으로 인수) 방식으로 1000억원 어치 BW를 매입하기로 했다"라며 "이는 추후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재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트레이드증권에서 가장 좋은 BW 인수조건을 제시해왔기 때문에 발행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계약과 관련해 옵션조항 등을 밝힐 수는 없는 단계이고, 이 BW를 최종적으로 누가 인수하게 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전혀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대표주관사를 대상으로 BW를 발행하는 것이지만, 지분을 팔아도 우호적인 대상에 팔지 적대적인 대상에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황상 우호지분을 더 확보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지분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BW를 발행하면서 발행자(동아제약)가 인수자를 모른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꼬집었다.
한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BW 인수자를 숨기기 위해 교묘한 수법으로 공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자가 정확히 확인될 때까지는 BW 발행 의도를 짐작할 수 없지만, 우호지분 확보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동아제약 입장에서는 최근 투자계약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투자가 마무리되더라도 결국 외국계자본"이라며 "외국인보다 좀 더 든든한 '백기사'를 얻기 위해 BW를 발행한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한미약품과 지분경쟁 끝났나'…說·說·說
1000억원 짜리 BW의 실질적인 인수 대상자 행방이 묘연해지자 공시 직후부터 시장에서는 발행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대주주가 우호지분을 대거 늘려 한미약품(지분 9.09%)과 경영권 분쟁 등 신경전을 끝마치려는 수순이다', '다국적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BW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다', '삼천리제약 인수합병(M&A)에 이은 또 다른 M&A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 등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몇몇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BW 발행이 GSK의 투자결정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판단했고,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대주주가 이면계약을 통해 지분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으로 파악했다. 공장 설립 등 돈이 필요한 시기는 맞으나 굳이 BW 발행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일단 GSK 투자와 이번 BW 발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GSK의 지분투자와 관련한 계약도 현재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라며 "계약이 완료되면 공시를 통해 시장에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제약의 BW 발행을 두고 이처럼 증권업계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취약한 대주주 지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2007년 강신호 회장과 둘째 아들 강문석 전 이사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회사다. 올 1월에는 6촌 관계인 강용석 제이콤 공동대표와 지분인수전을 벌여 경영권 분쟁설이 또 불거져나왔다.
이처럼 동아제약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경영진의 지분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의 보유지분은 현재 5.28%(2009년말 기준)에 불과하고, 강 회장의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등을 모두 동원해도 10%을 약간 웃돈다.
반면 경쟁업체인 한미약품이 확보하고 있는 동아제약 지분(9.09%) 규모는 그래서 늘 위협적이다. 한미약품은 동아제약의 주요주주로,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항상 노리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의 판단이다.
동아제약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약 10만3000주(1.01%)를 우지사주조합과 자사의 재단법인인 수석문화재단(이사장 강신호)에 각각 9만3000여주(115억원)와 1만여주(10억원)를 공짜로 넘겨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변신(?)시키기도 했었다.
취약한 지분구조를 약간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결국 주가안정을 위해 사들였던 자사주까지 동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