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에서 홀까지는 약 210야드.중간에 있는 큰 나무를 넘겨야 그린에 도달할 수 있는 상황.선수는 캐디에게 하이브리드 클럽(테일러메이드 레스큐TP 3번,로프트 19도)을 요구했고 캐디는 헤드커버를 벗긴 뒤 그 클럽을 건네주었다.

하이브리드 클럽을 떠난 볼은 높이 떠 나뭇가지를 살짝 비켜간 다음 홀 옆 2.4m 지점에 멈췄다. 갤러리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터진 것은 물론이었다. 지난해 8월 USPGA챔피언십 최종일 최종홀 상황이다. 1타 앞서던 양용은은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아시아골프사에 한 획을 그었다.

양용은의 골프백을 보면 헤드커버가 많은 데 놀란다. 남자 투어프로들한테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드라이버,우드 2개,하이브리드 2개,퍼터 등 헤드커버로 덮인 클럽이 여섯 개나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언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기야 3,4번은 빼내 버린 지 오래고,5번 아이언이 가장 긴 클럽이다. 한 라운드에 한두 번 쓸까말까한 롱아이언을 '고수의 필수품'인 양 갖고 다니는 아마추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하이브리드를 갖춘 것은 미국PGA투어 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깊은 러프에서 3,4번 아이언샷을 잘 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동양 선수들에게는 힘에 부친다고 했다.

양용은 외에도 많은 미국PGA투어 프로들이 하이브리드 클럽을 갖고 다닌다.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살려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드에 버금가는 거리를 낼 뿐 아니라 아이언처럼 탄도가 높아 먼 거리에서도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양용은은 "아마추어들은 롱아이언을 잘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목표까지 150~200야드 거리에서 볼을 그린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이럴 때 롱아이언 대신 하이브리드를 사용하면 볼이 높이 뜨고 치기도 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 클럽은 깊은 러프나 맨땅 등 라이가 좋지 않은 곳에서도 비교적 치기 쉽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리드 클럽을 어떻게 다뤄야 굿샷으로 연결될까.

"하이브리드 클럽이라고 하여 특별히 조정하는 것은 없습니다. 백스윙 초기인 '테이크 어웨이' 때 클럽헤드를 낮게 빼주는 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드라이버샷을 할 때처럼 적어도 30㎝는 지면을 따라 움직여줘야 한다는 말이지요. "

양용은은 "많은 아마추어들이 백스윙 초기에 클럽헤드를 곧바로 들어버리는 잘못을 저지른다" 면서 "그러면 스윙이 작아지고 궤도도 틀어져 원하는 샷이 안 나온다"고 조언했다.

양용은은 다른 클럽도 그렇지만 하이브리드 클럽은 세게 치려 하지 말고 스윙을 해준다고만 생각하면 볼은 나가게 돼 있다고 설명한다.

"클럽이 원을 그리면서 볼이 지나가게끔 휘둘러주면 원심력에 의해 볼은 의외로 멀리,그리고 똑바로 날아갑니다. 멀리 보내기 위해 손 · 팔 · 어깨에 힘을 주면 오히려 클럽헤드 스피드가 줄어 거리가 덜 나죠.힘이 들어가면 자동차에서 1단 기어를 넣는 것과 같아 헤드 스피드를 낼 수 없습니다. 힘을 주는 대신 스윙으로 친다고 생각해야 스피드가 더 나는 게 골프의 원리입니다. "

◆ 이 레슨은 매주 수요일자에 실립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