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유현숙 매니저(41 · 종로지원단 용산지점)는 2006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보험왕에 올랐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105건의 신규 계약을 유치했다. 3일에 한건꼴이다. 그가 올린 매출(수입보험료)은 60억원.보통 설계사 30여명의 매출액에 해당한다. 작년 보험시장이 전반적으로 하향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실적은 더욱 놀랍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매니저의 연봉은 10억원을 넘긴 지 오래다.

◆주부에서 시장 상인의 재테크 파트너로

[보험연도대상] 대한생명 유현숙씨‥매일 상인 100여명 재테크 상담…고객 사로잡아
유 매니저는 1989년 학업을 병행하면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재무설계사(FP)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6년.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영업에 막 눈뜰 시기이던 1998년 외환위기가 닥쳐왔다. 많은 고객이 해약하는 등 영업 자체가 힘든 시기였지만 유 매니저는 매일 새벽 1~2시면 어김 없이 서울 동대문 의류시장으로 출근해 상인들과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는 매일 100명이 넘는 상인들을 만나 재테크 상담을 해줬다. 그 결과 상인들 사이에서 '재테크 선생님'으로 불리게 됐다. '돈이 생기면 유현숙을 찾아라'는 말도 생길 정도로 고객들에게 인정받았다.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꿈에 근접해야만 보험 계약이 이뤄진다"며 "서두르지 않고 진심으로 고객을 위해 성실히 일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VVIP 노후 지킴이로 변신

그러던 유 매니저는 2007년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다. 2006년 보험왕에 올랐다가 2등으로 내려 앉은 게 계기가 됐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패를 맛보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새로운 시장은 고액 자산가. 이들을 파고들며 VVIP 마케팅을 펼쳤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대기업 임원,대학 교수,개인 사업가 등을 대상으로 고객층을 확대해 나갔다.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토지보상금 수령 고객을 찾아 효과적인 자산 운용을 위한 재테크 상담을 제공했다.

이들이 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종합 재무 컨설팅보다는 보험을 활용한 상속 증여 노후자금 마련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공략했다. 매달 적게는 4~5명,많게는 40여명으로 구성된 각종 모임을 통해 VVIP 고객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갔다. 모임에 머물지 않고 보험 재테크 부동산 등을 주제로 매년 2회 이상의 세미나도 직접 열었다. 골프나 등산 뮤지컬 등을 소재로 한 문화 모임도 개최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회사 내 재무컨설팅 전문조직인 FA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세무사와 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고객에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자기계발도 쉬지 않아

유 매니저는 고객과의 만남에서 보험 가입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 고객들이 한참 지난 뒤에도 그가 설계사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고 한다. 고객과의 만남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친분을 쌓고 그 과정에서 고객의 상황에 맞는 재무 컨설팅을 제공한다. 실제 그는 한 고객과의 계약을 성사할 때까지 매주 한 번씩,3년 동안 방문하기도 했다.

전문가로서 자기 관리에도 열심이다. 이미 유 매니저는 실적을 인정받아 생명보험 판매 분야의 명예의 전당이라 불리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에서 최고 자격(TOT)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자기계발 또한 쉬지 않는다. 월급날에는 바로 서점으로 달려간다. 경제 관련 서적과 베스트셀러 등 매달 10~20권의 책을 구입한다. 투자나 부동산 관련 세미나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사내 후배들을 위한 강의도 진행한다.

회사도 그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든지 고객과 상담할 수 있도록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줬다.

◆새로운 보험 문화 만드는 게 꿈

유 매니저의 꿈은 '새로운 보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처음 보험 영업을 시작한 15년 전에 비해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보험과 보험 세일즈가 좀 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젊고 유능한 FP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그가 관리하는 고객은 1000명을 넘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