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금융감독원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된 지 이제 몇 달이 지났다. 학생들을 뒤로하고 더 많은 일을 하겠노라며 이곳에 왔지만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나에게 상담 이메일을 보내고,나의 새로운 직장이 궁금해서 가끔 찾아오거나 이런저런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나 또한 힘들고 어렵지만,소홀히 할 수 없어 주말에 짬을 내어 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금감원에 와서 느낀 점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우수한 직원들로부터 성숙하고 안정된 정서,무슨 일이든 기꺼이 완성해 보고하는 성실성과 역량 등을 발견하면서 제자들을 생각하게 된다. 훗날 우리 학생들도 주변 사람들이 서로 함께 일하고 싶어 하고,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성과 목표 등의 차이로 학생들이 서로 다르게 보여도,개개인의 훌륭함에 대한 교수들의 평가는 대부분 일치한다. 어떤 학생은 동료들과 잘 협력하고 학교행사,학과 일,사회봉사활동 등에 열심이고 무슨 일이든 자기 일처럼 한다. 그런 학생은 동료들이 어려워하고 때로는 기피하는 교수와도 별 문제없이 잘 지낸다. 한편 어떤 학생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같은 과 동료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고 학교행사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 간의 이런 작은 차이는 그들 미래의 인생에 큰 격차를 만든다. 열정을 갖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학생은 길지 않은 대학생활 동안 이미 상당한 성취를 보이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헤쳐나간 학생들은 가는 길은 달라도 어느 곳에서든 필요한 존재로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노력만 한다고 모두 성공하고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가끔 이 부분에서 인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가진 사람처럼 이야기한다. 인생의 성공에는 올바른 삶의 방향과 타인에 대한 사랑 및 배려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련이 닥쳤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여름에 농사를 짓는 고통이 시련이라면 가을철에 거둬들이는 곡식은 지혜가 될 것이다. 시련을 겪으면서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과 못난 점을 들여다보게 되며 타인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을 배우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훌륭한 선원은 험한 파도가 만든다'라는 말을 좋아하게 됐다.

며칠이 지나면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내 인생의 스승이 누구인지 돌이켜 보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분들의 훌륭한 가르침이 있었지만 내 경우엔 시련보다 더 큰 스승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결국 그들의 인생에도 시련은 큰 스승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그리워진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mooncs@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