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일본의 나랏빚이 또다시 사상 최대 규모가 됐다.

일본 재무성은 11일 국채와 차입금 등을 합친 국가부채가 지난 3월 말 현재 총 882조9235억엔(약 1경754조원)으로 전년보다 36조4265억엔 불어나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고 발표했다. 국민 1인당 나랏빚은 693만엔(약 8400만원)에 달한다. 재무성은 올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내년 3월 말엔 나랏빚이 973조엔까지 증가하고,수년 뒤엔 1000조엔을 넘어설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18.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111.5%)와 이탈리아(115.8%)의 약 두 배에 달하며,미국(84.8%)과 영국(68.7%)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재정의 건전성이 많이 뒤떨어진다.

일본은 국채의 94.8%를 일본 내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장기 보유하고 있고,가계저축과 외환보유 규모도 커서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가 초래될 위험은 아직까진 낮다. 하지만 나랏빚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언제까지 국내 자금력과 국채 소화능력에만 의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11일 지적했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이처럼 팽창한 것은 과거 자민당 정권 시절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했기 때문이다.

불황 여파로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을 파탄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 때문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월 말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피치도 일본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와 의회는 재정 구조 개혁을 위해선 세금 인상이 최선이라고 보고,현행 5%인 소비세를 10%대로 올려야 한다며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총선 때 공약 때문에 향후 4년간 소비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