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시장이 부각되면서 우리 수출에 또다시 현지화 전략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일본이 아시아 중산층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는 '볼륨 존' 전략을 가시화하면서 우리 수출이 더욱 초조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수출의 아시아 시장에 대한 현지화 전략은 '서민친화형 수출'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시간 대학의 C K 프라할라드 교수는 그의 저서 《피라미드 맨아래의 부》(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에서 전 세계 인구의 70%에 해당하는 빈곤층을 진정으로 돕는 것은 그들에게 이따금씩 일방적으로 주는 원조나 시혜가 아니라,그들이 시장의 주체로서 경제적 역할을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소득 3000달러 이하의 빈곤층을 '소비자'로 파악하는 것이 그들과 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비록 소득은 낮지만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 대신 현재의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특히 유통망 등 시장경제의 인프라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아시아 저소득층 시장에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가전업체 필립스는 저가의 풍로를 생산해 인도의 시골마을에서 판매하고 있다. 집집마다 필립스의 로고가 새겨진 풍로를 사용하는 인구 수만도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TV 등 더 고가의 자사제품을 팔 수 있는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임을 간파한 것이었다.

우리 기업들도 이미 아시아 저소득층 시장에서 특유의 유연성을 무기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가령 고가의 대형 LCD TV와 현지 소비수준에 맞는 소형 제품들도 동시에 출시함으로써 고급 소비재를 동경하는 이들의 '작은 사치'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아시아 저소득층 시장은 우리 수출의 새로운 시장찾기 노력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KOTRA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미된다면,거대한 잠재시장은 우리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아시아 저소득층 시장에서 통하는 서민친화형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시작되어야 한다.

오성근 KOTRA 통상정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