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7500억 유로에 달하는 대규모 구제금융 패키지를 내놨지만, '유로존 공포'의 여진(餘震)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구제 패키지가 공개된 이후 유로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크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리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뼈를 깎는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는 점과 이것이 유로존의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이날 유로화를 하락세로 돌려 놓았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밤사이 뉴욕증시가 상승하고 역외환율이 하락 마감한 영향으로 전날보다 2.1원 내린 113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환율은 1133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주가지수가 오름세를 보이고 위안화 절상 기대감에 다시 부각되자 역내외 매도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장중 1124.8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공개된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8개월 만의 최고치인 2.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보다 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긴축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위안화 절상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오후 들어서는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유로달러 환율도 낙폭을 키우자 역내외 매수세가 유입되며 환율은 상승반전했다. 환율은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57분 1136.5원까지 뛰어 올랐고, 전날 종가보다 3.6원(0.32%) 오른 1135.7원에서 마감됐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오전 장에서는 전날의 금융시장 안정세가 계속 유지되다가, 오후 장 들어서 유로화가 급락하고 증시가 하락반전하자 역외 매수세가 나오면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점심 때부터 역외쪽에서 숏커버(팔았던 달러를 되사는 것)가 많이 나왔다"면서 "외국인도 장 막판까지 순매도 우위를 보이며 환율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아직까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면서 "유로존 재정위기 불안감이 진정됐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환율이 '굿뉴스'에는 많이 빠졌다가 '배드뉴스'에는 급등하는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39p 상승한 1670.24를, 코스닥지수는 0.06p 오른 512.22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 막판 순매수세로 돌아서며, 226억원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장 마감 무렵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장 종가(1.2789달러)보다 낮은 1.2723달러를 나타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