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제주까지 2시간 26분…보길도부터는 해저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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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호남 고속철도 2022년 완공되면
2022년 7월16일.서울 목동에 사는 김순희씨 가족은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녀가 택시를 타고 향한 곳은 김포공항과는 정반대편인 용산역.목포에서 제주도까지 가는 해저터널이 개통돼 비행기 대신 고속철도를 선택한 것.오후 1시 용산역을 출발한 고속철도는 3시쯤 목포를 지나 해남에서 보길도까지 바다 위를 달린 뒤 바닷속으로 연결된 해저터널을 지나 3시26분께 제주도에 도착했다.
2022년 보길도에서 제주도를 바닷속으로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개통된 후 달라질 가상의 휴가 풍속도다.
◆서울~제주 2시간30분 주파
서울과 제주도를 잇는 고속철도의 전체 구간은 520㎞.해저터널이 건설되기 전에 KTX 호남선 구간이 순차적으로 개통된다. 오송~광주(송정)를 연결하는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182.2㎞)이 2014년 말 개통한다. 2017년 2단계 광주~목포 구간(48.5㎞)까지 마무리된다. 용산~목포 간 운행시간이 고속철 개통으로 3시간5분에서 1시간46분으로 79분 줄어든다.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167㎞ 구간은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결국 용산역에서 제주까지 2시간26분이면 도착한다.
교통연구원은 해저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수요는 연간 15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요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해저터널 공사를 정부 예산으로 하느냐,민자유치로 짓느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 어떻게
지상공사는 큰 문제가 없다. 난공사가 예상되는 구간은 해남~보길도 해상다리와 보길도~제주 간 해저터널이다. 우리나라에선 다리를 달리는 고속철을 지은 적이 없다. 다리 길이도 28㎞나 돼 공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해저공사는 해수면에서 200m 깊이로 파들어가는 구간 공사도 있다. 물의 압력과 암반 공사가 관건이다. 건교부는 영국~프랑스 해저터널 건설 노하우를 빌려올 것으로 보인다. 해저 공기순환과 비상사태시 안전시설까지 갖춰야 돼 건설공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공사 국내선 노선조정 불가피
아직은 먼 얘기지만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김포~제주,부산~제주노선에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사들의 정기 항공편을 감축하는 등 노선조정이 나타날 전망이다. 정시에 출발 · 도착하는 '정시성'과 '안전성'에 '속도'까지 갖춘 고속철도는 제주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에 위협 그 자체다.
2004년 4월1일 경부고속철도 개통 당시에도 항공사들은 부산,대구 등 노선을 대폭 축소했다. 고속열차와 노선이 겹치는 국내선 비행기는 속속 날개를 접었다. 대한항공은 서울~대구 노선을 하루 9편(왕복 18회)에서 2편으로,서울~부산은 29편(왕복 58회)에서 20편으로 운항 편수를 감축했다. 아시아나도 서울~대구 노선은 하루 8편(왕복 16회)에서 아예 폐지했다. 서울~부산은 15편에서 10편 줄였다.
교통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운행시간이 3시간을 넘으면 항공의 경쟁력이 높아 철도 분담률은 40% 정도이지만 운행시간이 3시간가량이면 철도분담률이 60%로 높아지고 3시간 이내면 90% 수준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TGV 개통 이후 3시간 이내인 파리~리옹(430㎞)은 고속철도 점유율이 90%,스페인도 마드리드~세비아(471㎞)에서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느긋한 분위기다. 어차피 수익이 나지 않는 만성적자 노선을 이참에 조정한다는 복안이다. 대한항공은 하루에 서울~제주 24편,부산~제주 8편의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국내 여행트렌드도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제주도가 가까워지면서 해외보다 제주여행이 우선시 될 것이란 얘기다. 제주도 역시 국내 여행객의 증가로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