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충성도 높은 10대 先공략
年매출 4500억…부동의 1위
아웃도어 업계에도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가 있다. '노스페이스'다. 명동 한 복판에 서서 지나가는 젊은 학생들을 살펴보면 노스페이스 로고가 박힌 재킷,티셔츠,가방 등을 '3초 백'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다. 중 · 고교생들은 노스페이스를 '제2의 교복'이라고도 한다.
노스페이스가 한국에 상륙한 것은 1997년.의류업체 영원무역이 계열사인 골드윈코리아를 통해 한국에 들여왔다. 외환위기로 공식 매장 1호점은 1999년에야 열었다. 이후 해마다 30%씩 성장했다. 2003년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이후 한번도 1위 자리를 다른 업체에 내준 적이 없다. 2위 코오롱스포츠(3200억원)와의 매출 차이는 1000억원이 넘을 정도다. 독보적이라는 얘기다.
불황으로 패션업계가 휘청했던 2008~2009년에도 성장은 이어졌다. 골드윈코리아 내부에서도 '과연 노스페이스가 매출 4000억원을 넘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나왔다. 그러나 '아웃도어 열풍'이 불고 '기상이변'이라는 호재가 노스페이스를 밀어올렸다. 작년엔 매출 4500억원을 달성했다. "노스페이스는 날씨에는 영향을 받아도 경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눈부신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영역 파괴,'아웃도어≒등산복'
국내 패션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연간매출 3000억원을 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이를 달성한 브랜드는 빈폴,닥스,인디안,크로커다일여성 정도에 불과하다.
제일모직의 캐주얼 브랜드'빈폴'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는 데는 20여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노스페이스는 이 기간을 절반가량으로 단축했다. 올 매출 목표는 47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5000억원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성장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웃도어=등산복' 이라는 공식을 깨버린 것이다.
지금은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등산,산악자전거,트레킹,시티웨어 등으로 활용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노스페이스는 2003년 이 등식을 깨고 나섰다. 첫번째 타깃은 10대였다. 개성이 강한 젊은이들을 파고 들어 등산복을 평소에도 입는 문화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이를 20대로 확산시켜 갔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기존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돈 없는 학생들이 비싼 등산복을 어떻게 구매할 수 있겠어'라며 시장을 버려뒀다. 그러나 노스페이스의 전략은 적중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국내 아웃도어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인 티셔츠와 14만원짜리 바람막이 재킷,10만원 미만의 백팩으로 학생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7세부터 70세까지'국민 브랜드'
7세짜리 어린이는 노스페이스 로고가 붙은 티셔츠를,10~20대는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재킷과 백팩을,40~50대는 노스페이스 고기능성 등산복을,60~70대는 모자와 등산화를 착용한다. 모든 연령대를 노스페이스 고객으로 아우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바람막이 재킷(프리재킷)'은 중고생들에게 '교복 위의 교복'이 됐다. 실제 한 교실의 한 분단 학생이 모두 똑같이 화이트 컬러의 노스페이스 마크가 박힌 블랙 다운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0~90년대를 휩쓸었던 미국 스포츠 브랜드'나이키'의 자리를 꿰찼다고 할 만하다. 학생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는 꼭 입어야 하는 브랜드가 됐다는 것이다.
'프리 재킷'은 출시 10여년이 흘렀지만 디자인의 변화 없이 지금도 시즌당 1만장 이상씩 팔리는 스테디 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추운 겨울에 입는 '눕시 다운 재킷'은 지난 겨울에만 6만장이 팔렸다. 티셔츠도 1만장 이상 팔기 힘든데 24만원짜리 재킷을 6만장씩 파니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대들은 다른 연령대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큰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노스페이스'는 글로벌 브랜드의 이점을 잘 살려 이를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1등이 되고나니 자연스럽게 업계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었고,내놓는 제품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 셈이다.
마케팅도 달랐다. 작년 초 노스페이스는 탤런트 공효진을 모델로 발탁했다. 전문 산악인만 모델로 내세우던 아웃도어 업계의 상식을 깼다. 다른 브랜드들이 기능성과 전문성에만 초점을 맞출 때 패셔니스타 공효진을 통해 노스페이스를 패션 아이템으로 부각시켰다. 젊은 여성층을 신규 고객으로 대거 유입하는 전략이었다. 물론 성공이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