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장비를 제 힘으로 고쳤을 때가 가장 즐거워요. "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의 신승엽 기사(30 · 사진)는 요즘 일하는 맛에 푹 빠져 있다. 상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주산업대에 진학했지만,한 학기를 마치고 군입대를 선택했다. "졸업을 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군 복무부터 마치고 보자"는 판단에서였다. 해병대 병장으로 제대한 그는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2005년 초 LG디스플레이의 기능직 사원 모집 공고를 보고난 뒤였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 졸업을 하더라도 LG 같은 대기업에 취직한다는 보장도 없었고요. "

업무는 LCD 사업장의 장비 유지 · 보수.로봇이나 컨베이어가 고장 나면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들과 즉각 현장에 투입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맡았다. 생각보다 일이 고되지 않았고,기숙사 생활을 한 덕분에 저축액도 제법 불어났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계속 솟아났다.

"제가 못하는 일을 엔지니어들이 척척 해내는 걸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어요. 제 스스로 역량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여기를 평생직장으로 삼을 수 없겠다는 위기의식도 느꼈어요. "

2007년 진주 연암공대가 파주사업장에 마련한 전문대학에 진학한 이유다. 회사가 학비의 30%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4학기 중에 2학기는 장학금을 받아 '공짜'로 다녔다.

그는 "또래의 젊은이들이 좋은 대학을 나와 사무직으로 일하는 것을 보면 부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도 언젠가 4년제 대학에 편입해 학사과정을 마칠 생각인 데다,몸담고 있는 회사가 나날이 성장해간다는 사실에 성취감도 크다.

"지금 전문계고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절대 꿈을 버리지 말라는 것이죠.비록 대학을 늦게 간다 하더라도 도전과 열정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

신 기사는 이번 인터뷰를 빌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에게 부탁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기능직 · 사무직 가리지 말고 모든 사원들이 보다 많은 전문지식과 기술을 쌓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직장생활 5년 만에 터득한 사실 하나는 스스로 개인역량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는 거예요. 그나저나 저도 곧 장가를 가야 할 텐데 아직 좋은 사람을 못만났네요. 시간이 문제예요 시간이…."

파주=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