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삼성그룹의 미래 신수종 사업이 모습을 드러냈다. 3월24일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0일 저녁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조율했다. 이 회장의 맏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해 관련 계열사 사장단도 참석한 자리에서였다.

삼성은 11일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 제약,의료기기 등 5개 분야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결정했다.

향후 10년간 이들 사업에 23조원을 투자,매출 50조원대의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삼성이 창립 이후 그룹 차원의 신수종 사업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례적으로 미래 사업에 대한 계열사들의 투자 방향과 전략을 일사불란하게 확정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히 투자해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며 "환경 보전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5개 사업 중 LED에 가장 많은 8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업 영역을 디스플레이 제조에서 조명,자동차용 등으로 확대해 삼성LED를 2020년까지 매출 17조8000억원,고용인원 1만7000명의 대형 회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태양전지 사업은 10년간 6조원을 투자해 매출 10조원짜리로 만드는 것이다. 삼성SDI가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는 5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건강의료 부문도 신사업으로 집중 육성한다. 바이오 제약은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2조1000억원을,의료기기는 1조2000억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을 통해 10년간 4만5000명을 고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