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고차를 구입한 경험이 없다. 반면 타고 다니던 차를 중고차로 판매한 경험은 누구보다 많다. 새 차를 구입해 운행하다 중고차로 되팔고,돈을 조금 보태 다시 새 차를 구입하는 패턴을 반복해온 것이다. 자동차는 단일 소비재로서는 가장 비싼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감가상각의 폭도 크다. 이 때문에 차를 사는 시점과 파는 시점을 잘 잡아야 한다.

차량 구입의 측면에서,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좋은 중고차를 잘 골랐을 때의 이야기다. 싼 맛에 섣불리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이 중고차.따져볼 것은 확실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차량에 대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차량의 '건강진단서'에 해당하는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록부를 통해 차량의 기본 정보와 성능,검사 유효기간,불법 구조변경 여부,사고 유무,사고 이력,외부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차량 상태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기록부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사고 이력은 대표적인 사례다. 보험개발원에서 건당 5000원에 사고 이력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할부 구매 때 일정 기간 고장 수리를 보증하는 무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확인하고 챙겨야 할 부분이다.

새 차를 구입해 10년 이상 탈 생각이 아니라면,언제쯤 되파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지를 감안해 미리 다음 구입 계획을 세워둘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신차 출고 후 3년을 전후해 일차적으로 큰 폭의 감가상각이 이뤄진다. 빠른 신차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신차 구입 후 3년이 넘었더라도 운행 빈도가 낮다면 주행거리 6만㎞ 이전으로 판매 시점을 잡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6만㎞를 기점으로 타이밍벨트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정비 비용이 들어간다.

조금 더 길게 운행한다면 주행거리 10만㎞ 이내에 판매하는 것이 좋다. 10만㎞는 중고차 구입자 입장에서 심리적인 마지노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주행거리다. 10만㎞를 넘으면 가격 하락폭이 급격히 커진다.

동일 모델의 신차 발매도 중고차 가격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다. 신차 출시 일정에 관심을 갖고 2개월쯤 전에 미리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연식이 바뀌기 전에 판매하는 것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연식은 중고차 가격의 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가급적 해가 바뀌기 전에 팔아야 한다. 겨울철은 중고차 거래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조금 서둘러 가을철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글로비스 자동차경매장 부장 rjs3762@glovi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