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도대상] 연봉만 평균 10억원… 보험 '왕중왕'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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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보험회사의 보험왕을 차지한 설계사의 연봉은 많게는 10억원을 넘는다. 웬만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보험왕이 아니더라도 억대 연봉을 받는 설계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1만명을 넘는다. 외환위기 이후 설계사 직업이 고학력화,전문직화하면서 '프로' 설계사들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월 소득 300만원 육박하는 전문 직종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회계연도 상반기(2009년 4~9월) 국내에 종사하는 보험 설계사의 월 평균 소득은 272만원에 달한다. 생명보험 설계사가 월 298만원,손해보험 설계사가 월 228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고학력,남성 설계사가 많은 외국계 생보사의 설계사 월 평균 소득은 500만원을 넘는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만 해도 설계사들의 월 소득은 평균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 소득이 증가한 것은 설계사 조직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로 바뀌면서 전문화되고 생산성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변액보험 연금보험 등 보험료가 많은 상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수입 보험료 규모가 커진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보험 장사꾼? 행복 전도사!
연도 대상을 받은 '보험왕'은 모든 설계사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뭘까. 이들은 한결같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고객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루 3~4시간씩 자면서 한명의 고객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다.
언제 어느 때 고객에게 전화가 올지 몰라 잠을 자는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설계사가 있는가 하면 고객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달려가는 열성파도 많다. 남대문과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감하기도 하고,영세 상인들과 친구가 돼 끈끈한 우정을 쌓기도 한다.
보험설계사라고 하면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보험에 대한 사명감으로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냈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이 고객 한 사람의 행복뿐 아니라 가족,나아가서는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신념이 이들을 지탱하는 힘인 셈이다.
◆성실은 기본,전문 지식 갖춰야
'보험하나 가입해 달라'며 애원하던 그 옛날의 '설계사 아줌마'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최근 설계사들은 신뢰와 정성을 바탕으로 재테크를 위한 금융상품,나아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재무컨설팅과 은퇴설계 등을 주무를 수 있는 첨단 금융지식으로 무장했다. 모두가 정예화되고 보험의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컨설턴트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 각 보험회사의 연도대상에서 '보험왕'자리에 오른 영광의 주인공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왕들은 나름대로 영업 철학과 원칙이 있고 독특한 영업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모든 수상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다가 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이 자사의 2만5000여명 설계사 가운데 상위 1%에 드는 300명(평균 소득 2억2000만원)을 대상으로 성공 비결을 조사한 결과 56%가 '성실과 신용'을 꼽았다. 이어 금융지식(13.3%),인맥(13.0%),자아 실현(10.4%),주위의 도움(7.3%) 등의 순이었다. 흔히 영업 밑천으로 여겨지는 '인맥'과 '주변의 도움'은 억대 연봉 설계사로 성공하는 데 곁가지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자 중 28%는 주말에도 고객 방문이나 경조사 참여 등을 통해 영업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일주일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란 얘기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인맥도 물론 영업에 도움이 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계사로 성공할 수 없다"며 "금융 상품이 다양해지고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최고의 금융 컨설턴트가 되려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뛰고 더 많은 고객과 자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한 억대 설계사들은 1인당 보유 고객이 710명에 이르고 매일 7명의 고객을 만나 상담하며 19통의 전화통화와 8시간 이상의 영업활동을 한다. 이들의 89%는 '자신의 첫인상이 좋다'고 말했으며 66%는 '말을 잘 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보험 한 건을 체결할 때까지 평균 네 번 정도 고객을 만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가 되려면
설계사란 직업은 1인 사업자로서 별도의 자본금 없이 창업할 수 있다. 특별한 밑천이 필요 없으며 경력이나 성별의 차별도 없다. 정년퇴직도 물론 없다. 제2의 도전을 꿈꾸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설계사가 최근 억대 연봉이 가능한 고소득 직종으로 탈바꿈하면서 사회적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보험사들은 경제위기가 고급 인력을 영입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해 구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 설계사는 2008년 3월 말 21만6000명에서 작년 9월 말 22만5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교육과 업무 지원,복리후생 등 대폭적인 지원을 하는 만큼 보험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고 영업 경험이 없는 사람도 1년 정도 교육을 받고 나면 보험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