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기업 재계 순위 1, 2위를 나눠가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유서 깊은' 제휴 마케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이달 '가족사랑 페스티벌'을 공동으로 실시하고 특별 할인 등 다양한 판촉행사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전자 TV와 현대차 승용차를 둘 다 구입하면 현금 환급 또는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의 제휴 마케팅은 이번이 4번째다. 지난 2002년 3월 현대차 대형세단 '뉴 그랜저 XG'와 삼성전자 디지털TV '파브'의 출시 시기가 겹치며 두 회사는 '첫 만남'을 가졌다.

양사는 현대차 전국 영업소와 삼성전자 대리점에 행사 포스터를 공동으로 게재하고, 뉴 그랜저 XG의 전국 순회 전시회에 파브 TV를 공동 전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업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더불어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프리미엄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교차 활용하기까지 해 당시 '국내 최대 이업종(異業種) 제조사가 영업 일선에서 손을 잡은 초유의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행사로 재미를 본 두 회사는 같은 해 5월 소형차 '클릭'과 휴대전화 '애니콜'의 공동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협력이 가능했던 것은 2001년 삼성그룹 사장단이 승용차로 현대차 '에쿠스' 100대(당시 가격 약 60억원)를 구입하고,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임직원용 노트북을 삼성 '센스'로, 추석선물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채택하고 법인카드로 삼성카드를 쓸 수 있게 하는 등 양사간 '판매 문호'가 한창이던 당시의 분위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동안 뜸했던' 두 재계 라이벌의 공동마케팅이 재개된 것은 2006년, 두 회사는 그 해 2월 한 달 동안 양사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당시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데 따른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이후 4년만인 올해의 공동마케팅은 어떤 이유에서 시작된 걸까.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두 일류기업간의 제휴를 통해 상호간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윈-윈(Win-win) 효과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내수시장에서 다소 판매량이 줄어들며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두 기업은 우리나라 재계에서 오랜 라이벌 관계를 갖고 있다"며 "더불어 각 분야의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라는 입지를 가진 만큼, '위기 때마다 서로 돕는다'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