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골프관광객을 모집해 현지로 데려간 뒤 미모의 `꽃뱀'을 동원, 가짜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비를 뜯어낸 일당이 붙잡혔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함윤근 부장검사)는 중국 골프관광을 따라나선 피해자들에게 사기성 도박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최모씨(58) 등 5명을 지명수배하고 김모씨(49) 등 4명을 구속기소, 고모씨(54)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난도 하이커우, 산둥성 웨이하이 등 세 곳의 호텔 연회장을 빌려 가짜 카지노 시설을 차려놓고 2005년 5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26명의 한국인 골프관광객을 유치해 모두 77억여원을 도박비 명목으로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 고급 회원제 클럽이나 사회단체, 골프연습장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업가들을 물색한 뒤 "중국으로 골프관광을 가자"며 현지 호텔에 마련한 가짜 카지노에 데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모씨(37.여) 등 `꽃뱀' 역할을 맡은 여성 공범들은 골프장에서 미리 점찍은 피해자의 휴대전화기를 빌려쓰고 우연히 식당에서 다시 마주친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으로 친분을 쌓아 골프관광을 알선하는 등 영화 타짜의 여주인공 `정마담'을 연상시키는 사기행각을 벌였다.

조사결과 최씨 등은 골프를 치러 중국에 온 피해자들을 가짜 카지노로 유인해 바카라 게임판을 벌이고 처음에는 돈을 따게 해주다 판돈을 올려 하룻밤만에 평균 3억원의 빚을 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함께 도박을 한 일행은 일반 관광객이 아니라 도박에서 잃은 돈을 나중에 돌려받기로 약속해놓고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인 베팅을 권유하거나 가짜 카지노에 여권을 맡겨 돈을 빌리도록 유도하는 `바람잡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바람잡이는 피해자가 수억원의 빚을 지면 대신 갚아주는 척하거나 카지노 측의 인질로 가장해 먼저 귀국한 피해자로부터 돈을 송금받았으나 상당수 피해자는 수사가 진행될 때까지도 속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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