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에서 피카소의 그림 한 점이 1180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은 먼 나라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림을 즐길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크기는 작지만 유명 작가의 예술혼이 그대로 녹아있는 수준작들을 모은 기획전에서 그림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해 화랑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200만원 전'이 다시 열렸다. 서울 인사동의 노화랑이 '200만원으로 명품을 컬렉션할 수 있다'를 주제로 '작은 그림-큰 마음'전을 열고 있다. 화랑 앞에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전시작이 매진됐던 지난해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작가와 작품을 크게 보강했다.

올해 참여 작가는 '골프 화가' 이왈종씨를 비롯해 한지 조각가 전광영,색채 추상화가 이두식,김원희,장이규,김덕기,주태석,지석철,한만영,황주리,박성민씨 등 13명.이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들'을 10~15점씩 출품했다.

크기는 3호(27.5×19㎝)에서 5호(34.8×27.3㎝)로 다양하다. 미술시장 침체를 반영해 판매 가격도 대폭 낮췄다. 한국 현대미술의 최근 트렌드와 위상을 탐색할 수 있는 데다 작가들의 생생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화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견 작가 이왈종,전광영,황주리씨의 소품을 시중보다 10~30% 싸게 살 수 있다.

또 강렬한 선과 색채로 원초적인 미감을 연출한 이두식씨(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바이올린을 오브제로 리얼리즘과 초현실적 아름다움을 융합한 한만영씨,벌집처럼 물감을 쌓는 추상화가 김태호씨,꽃동산과 가족의 이미지를 화려하게 수놓는 김덕기씨,꽃과 공간 사이를 그리는 박훈성씨,자연과 도시를 실감나게 붓질하는 이원희씨,소나무를 극사실적으로 그리는 장이규씨,자연을 찰지게 묘사한 주태석씨,의자를 통해 부재를 얘기하는 지석철씨 등의 작품도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모든 작품은 참여 작가들에게 특별히 부탁해 받은 신작들"이라며 "단순한 상업 전시보다 예술을 통해 시대 정신을 표출하는 그림 축제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20일까지.(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